文대통령 지난해 11월 '마음의 빚' 발언
베트남 방문 둘째날 호치민 묘소 헌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헌화
사과 표명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만
베트남 방문 둘째날 호치민 묘소 헌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헌화
사과 표명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만
【하노이(베트남)=조은효기자】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국빈방문 이틀째인 23일 오전 베트남 국부로 추앙받는 호치민 전 주석(1969년 사망)의 묘소에 헌화를 한다. 하노이 바딩 광장에 위치한 호치민 주석의 묘소 참배는 베트남을 방문하는 외국정상들이 관례적으로 찾는 곳이지만, 베트남 참전국인 한국 대통령들로선 의미가 남다른 장소이기도 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한국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으나 묘소엔 가지 않았다. 문민정부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이데올로기적으로 대미(對美) 항전의 지도자였던 호치민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12월 베트남 방문 당시 처음으로 묘소 입구에서 헌화를 하고,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인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한 발 나아가 묘소 내부까지 들어가서 유리관 속에 안치된 호치민의 시신을 살펴보고 목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우리 국민이 마음의 빚이 있다. 그만큼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사과를 했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 대통령의 방문 때마다 호치민 묘소 방문을 강하게 희망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각각 호치민 묘소를 참배했지만 과거사에 대한 사과나 언급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 중 호치민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에서 영상 축전을 보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내에선 한.일 관계를 빗대 한국도 베트남에 사과할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부 형성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과거 불행했던 역사에 이번 국빈방문 중 보다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지에 대해 청와대는 "사과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해서 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외교라는 것은 상대방의 인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가 그런 문제들을 이야기하면, 베트남 측에서 '그 뜻을 잘 받아들이겠다며 부각시키지 않는 게 좋겠다'든가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인의 마음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는 식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 베트남을 방문 할 때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베트남 측에 전달했는데 베트남의 반응은 '앞으로 잘하면 된다'는 반응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마음의 빚' 이상의 입장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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