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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국빈방문] 역대 韓대통령 호치민 묘소 헌화와 과거사 발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3 03:00

수정 2018.03.23 03:43

文대통령 지난해 11월 '마음의 빚' 발언
베트남 방문 둘째날 호치민 묘소 헌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헌화
사과 표명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APEC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을 방문해 쩐다이꽝 베트남 주석과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APEC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을 방문해 쩐다이꽝 베트남 주석과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하노이(베트남)=조은효기자】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국빈방문 이틀째인 23일 오전 베트남 국부로 추앙받는 호치민 전 주석(1969년 사망)의 묘소에 헌화를 한다. 하노이 바딩 광장에 위치한 호치민 주석의 묘소 참배는 베트남을 방문하는 외국정상들이 관례적으로 찾는 곳이지만, 베트남 참전국인 한국 대통령들로선 의미가 남다른 장소이기도 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한국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으나 묘소엔 가지 않았다. 문민정부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이데올로기적으로 대미(對美) 항전의 지도자였던 호치민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12월 베트남 방문 당시 처음으로 묘소 입구에서 헌화를 하고,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인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를 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정면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한 발 나아가 묘소 내부까지 들어가서 유리관 속에 안치된 호치민의 시신을 살펴보고 목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우리 국민이 마음의 빚이 있다. 그만큼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사과를 했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 대통령의 방문 때마다 호치민 묘소 방문을 강하게 희망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각각 호치민 묘소를 참배했지만 과거사에 대한 사과나 언급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 중 호치민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에서 영상 축전을 보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내에선 한.일 관계를 빗대 한국도 베트남에 사과할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부 형성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과거 불행했던 역사에 이번 국빈방문 중 보다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지에 대해 청와대는 "사과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해서 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외교라는 것은 상대방의 인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가 그런 문제들을 이야기하면, 베트남 측에서 '그 뜻을 잘 받아들이겠다며 부각시키지 않는 게 좋겠다'든가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인의 마음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는 식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 베트남을 방문 할 때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베트남 측에 전달했는데 베트남의 반응은 '앞으로 잘하면 된다'는 반응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마음의 빚' 이상의 입장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