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두 전직 대통령의 감옥행 소회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5 16:53

수정 2018.03.25 18:40

[데스크 칼럼] 두 전직 대통령의 감옥행 소회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2명이 나란히 감옥생활을 하는 대한민국, 낯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검찰이 밝힌 범죄 사실만 보면 이렇게 형편없는 대통령을 뽑았느냐는 자괴감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다스 관련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뇌물 등 10가지가 넘는 범죄 혐의가 적시됐다고 한다. 이 모든 혐의가 사실이라고 가정할 경우 대통령 당선 전 "정직하고 당당하게 살았다"거나 대통령 취임 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공언한 이 전 대통령을 믿고 지지한 많은 국민들로서는 배신감이 클 법하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된 역사의 비극에 참담함이나 국가위신 손상 운운은 뒤로한다 해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에 따라 '범법자 단죄'에 동의한다 해도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 것은 왜일까.

사실 이번 수사를 둘러싸고 빚어진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프레임 전쟁은 치열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격노한 감정 상태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검찰은 누가 봐도 이 전 대통령을 과녁으로 정해놓고 수개월간 저인망식 수사를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 인물을 샅샅이 조사하고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 동원 가능한 수단은 모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한 정호영 전 특별검사까지 소환, 조사했다.

이런 수사를 통해 나온 결론이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고, 따라서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 관련 변호사 비용 대납이나 다스 비자금 조성 등도 줄줄이 그의 죄책에 포함됐다. 2007년 검찰 수사 및 2008년 특검수사 결과 등을 모조리 뒤집은 것이다. 이뿐인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대보그룹 및 불교계 인사에게 돈을 받아 챙기고 부인 김윤옥 여사 및 아들 시형씨 등의 비위 의혹까지 캐낸 것을 보면 그야말로 탈탈 털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샐러리맨 신화를 거쳐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직에 오른 명예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곤두박질쳤고, 검찰은 '대통령 당선 무효감'이라고 자평하는 전과를 올린 셈이 됐다.

과거 검찰 수사팀 및 특검은 이 전 대통령 관련 수사를 부실하게 또는 봐주기를 한 반면 이번 검찰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주저 없이 거악에 칼을 들이대 그의 죄상을 낱낱이 드러낸 것일까. 그래서 추상같은 검찰상을 보여준 것일까. 선뜻 "그렇다"고 수긍하기 어려운 것은 수사대상이 이미 죽은 권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칠 것 없는 수사환경이 조성됐고, 핵심 측근들까지 '같은 배를 타고 있어도 적이 될 수 있다'(주중적국·舟中敵國)는 예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잇달아 진술을 번복했으니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지만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고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게 마땅하다. 다만 권력의 부침에 5년마다 되풀이되는 정치보복 시비, 숙명처럼 칼을 휘둘러야 하는 검찰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현재 가진 힘이 클수록 권한 행사의 무거움을 되새겨야 한다는 게 역사의 악순환이 주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

이두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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