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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터키, 달러 강세 돌아서면 위기 불가피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30 10:38

수정 2018.03.30 10:38

레제프 타이이프 에도르안 터키 대통령. AP연합.
레제프 타이이프 에도르안 터키 대통령. AP연합.
터키가 신흥시장의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 달러 약세 속에서도 터키 리라는 유독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과열에 따른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불안요인이다.

여기에 미국, 유럽과 정치적 긴장, 미국의 통상압박 강화, 미 금리인상 등 악재들이 산적해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터키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기도 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터키 상황을 우려하면서 리라는 신흥시장 통화 대부분이 달러에 강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여전히 달러보다 가치가 더 떨어지고 있다.


올들어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인사의 거듭된 발언, 최근의 무역전쟁 우려 등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라는 달러에 대해 4.8% 더 떨어졌다.

대부분 신흥시장 움직임과는 매우 다르다.

상당수 신흥시장 통화는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서 중앙은행들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자금 회귀를 피하고 있고, 자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수요도 유지하고 있다. 탄탄한 경제전망이 바탕이 되고 있다.

터키 경제는 지나치게 잘 나간다는게 문제다.

과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 따르면 터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7%를 기록해 잠재성장률을 크게 넘어섰다. 경제가 자원 초과수요를 일으키지 않고, 따라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을 넘어서면서 물가도 고삐가 풀렸다.

2월 터키 물가상승률은 10%를 넘어 중앙은행 목표치 5%를 2배 넘게 웃돌았다.

리라 가치 추락으로 수입물가가 뛰면서 경상수지 역시 다시 확대되고 있다.

무디스는 터키가 외국 차입으로 버티고 있지만 대외 충격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난 7일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Ba1에서 Ba2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터키 경제는 최근 수년간 만성적인 어려움을 겪어왔고, 특히 2016년 쿠데타 발발과 뒤이은 정치적 혼란으로 상황은 더 악화했다.

그때마다 터키 중앙은행이 개입해 금리인상으로 리라 추락을 막아왔다.

그러나 이같은 임시방편으로 계속 버텨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확실히 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통화정책 무게 중심을 '부양'에서 '중립'으로 옮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파고가 높아지고 있고, 그 와중에 터키는 2016년 실패한 쿠데타와 관련해 미국·유럽과 외교적인 갈등도 빚고 있다.


WSJ은 지금은 달러가 약세여서 버틸만 할 수 있겠지만 달러 약세 추세가 역전되면 터키는 심각한 도전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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