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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선물로 위안 국제화 노리는 중국, 여전히 갈길 멀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7 16:21

수정 2018.03.27 16:21

중국 상하이의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INE)에서 26일 개장식을 찾은 손님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INE)에서 26일 개장식을 찾은 손님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위안 기반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하면서 위안 국제화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한 가운데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외신들은 중국이 원유시장의 패권을 잡을 역량이 부족한데다 선물 시장을 활용한다 해도 자본통제를 풀지 않는 한 위안을 기축통화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의 위안 원유 선물 거래소를 지적하며 위안을 국제 기축통화로 만들려면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상하이에서는 상하이 선물거래소 산하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INE)가 이날 오전 9시부터 위안화 원유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거래 품목은 두바이유, 오만 원유 등 중동산 원유와 중국 성리 원유를 포함한 7종이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위안으로 표시된 원유 선물 거래를 준비해 왔다. 상하이 선물거래소는 이미 2015년부터 INE를 설립하고 시장 운영 시기만을 조율하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위안 원유 선물 시장으로 원유 시장의 결제 수단을 장악한 달러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한편 선물 시장을 바탕으로 위안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산하 영자지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일단 중국의 시장 유지 역량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설사 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더라도 중국이 원유의 물리적 인도와 수입 원유의 저장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도쿄상품거래소의 하마다 타카미치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 원유거래가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가 고시한 가격에 기반을 두어 장기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INE가 당장 이러한 관습을 바꾸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시장에 충분한 외국 투자자들이 몰려들지도 불확실하다.

WSJ는 이를 두고 위안화 자체의 한계를 지적했다. 신문은 투자자들이 INE에서 거래하면 결국 위안으로 대금을 받게 되기에 이를 다시 달러로 바꾸든가 중국 내에서 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들의 송금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은행간전기통신협회(SWIF·스위프트)에 따르면 현재 국제 거래에서 위안이 쓰이는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전 세계 외환보유고 가운데 위안의 비중 역시 1.1%로 달러(63.5%)에 비해 턱없이 낮다. WSJ는 미국 경제가 지난 1870년대에 영국을 추월했지만 달러가 파운드의 기축통화 자리를 빼앗기까지 약 50년이 걸렸다며 경제규모가 기축통화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안이 기축통화가 되려면 우선 중국 정부가 고질적인 자본통제를 완화하고 자본시장을 개방해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사야한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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