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인구 준다고 청년실업률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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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그 나물 그 밥이다. 정부가 이달 중순 내놓은 청년일자리 대책 얘기다. 54쪽짜리 대책은 새것을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고 세금 쓰는 대책으로만 채워졌다. 중소기업 취업자 1인당 연평균 1000만원씩 4년간 지원해 일자리 18만~22만개를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총 소요예산이 얼마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어림잡아도 10조원 규모다.

3.15 일자리 대책은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를 겨냥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는 작년부터 2021년까지 39만명 늘어나는데 이 가운데 14만명이 실업자가 된다고 한다. 4~5년간 세금을 쏟아붓고 추경이라도 해서 급한 불을 끄겠다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돈을 제대로 써야 한다. 작년 여름 11조원 규모 일자리 추경을 짠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데다 '60대 아르바이트' 자리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년인구가 줄어든다고 실업률이 떨어질까. 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실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25~29세 인구는 109만명 줄었지만, 같은 기간 청년실업률은 8.1%에서 9.0%로 되레 올랐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입시지옥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일본도 그랬다. 일본은 1991년부터 청년인구가 줄었지만 청년실업률은 13년 뒤인 2004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본 청년실업률이 본격적으로 떨어진 것은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다. 2012년 말 두 번째 집권한 아베 총리는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돈을 풀겠다"고 선언했다. 무작정 돈을 푼 게 아니라 산업구조를 바꿔 성장동력을 키우는 등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작년 일본 제조업 일자리는 7년 만에 1000만개를 넘어섰다. 해외로 나갔던 공장들이 U턴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LG경제연구원은 '한국 청년실업 문제, 일본 장기침체기와 닮은 꼴'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본은 청년인구 감소가 실업률 하락에 큰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한국도 잠재성장률이 회복되지 못하면 청년고용 절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청년인구 변화가 실업률을 결정하진 않는다. 한국의 문제는 좋은 일자리 증가세가 더딘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세계 경제 호황 속에 여러 나라들은 그 열매를 따 먹는 중이다. 미국.일본은 완전고용에 가깝고 프랑스 실업률은 8년 만에 최저다. 하지만 유독 한국만 일자리 상황이 좋지 않다. 일자리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 등 일자리를 갉아먹는 정책을 남발해서다.

정부도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을 모르진 않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일자리대책 발표를 하루 앞두고 SK를 찾아 "정부가 단기적 정책수단을 동원하지만 일자리는 근본적으로 시장과 기업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중소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지, 해외로 나가는 일자리를 어떻게 국내로 돌릴지, 경직된 노동시장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