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무역전쟁 부메랑.. 주요국 중앙은행 달러 보유 줄인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7 17:11

수정 2018.03.27 17:11

美, 제조업 수출 확대 위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 전략
글로벌 시장서 매력도 줄어.. 유로존은 올해도 경제 탄탄
교역 파트너인 신흥국.중동, 외환곳간에 유로비중 늘릴듯
美, 무역전쟁 부메랑.. 주요국 중앙은행 달러 보유 줄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10년만에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다변화를 촉발할 것이란 예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잠잠해졌던 달러 위주의 보유외환을 유로 등으로 다변화하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물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외환전략 공동책임자인 잭 팬들은 "외환보유액(으로서 유로의) 수요 확대가 이제 막 모퉁이를 돌았다"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1~2년 안에 유로 비중을 3000억달러어치 더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전히 미국 달러가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고, 앞으로도 이같은 위상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유로가 달러 비중을 잠식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이 조금만 낮아져도 이는 상당한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보호주의 움직임과 맞물려 달러의 위상은 이전에 비해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 달러 위상 갈수록 쇠퇴

블룸버그는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외환전략 책임자 2명을 인용해 마이너스 금리와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의 지속적인 경기둔화로 유로편입을 꺼렸던 일부 대형 중앙은행들이 보유외환의 유로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5년간 월스트리트 최고 외환전략가 명성을 누린 옌스 노르드빅 엑산테 데이터 창업자는 "전세계 국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유럽과 무역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해 교역을 위해 유로가 필요해지고, 또 교역을 통해 유로가 쌓이면서 유로존과 교역을 하는 나라들의 외환보유액에서 유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핵심은 지금 미국이 취하고 있는 교역기조가 (각국 중앙은행에는) 달러 보유 매력을 높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노르드빅은 앞으로 2년 안에 외환보유액 가운데 약 5000억달러 규모가 달러에서 유로로 이동할 것이라면서 외환보유액 비중으로 따지면 유로가 25% 증가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흥시장 국가들과 중동지역의 석유수출국들이 유로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장벽을 계속해서 높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유럽은 중국, 일본, 중남미 등과 통상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중국간 교역은 지난 10년간 75% 가까이 급증해 2016년 5900억달러에 이르렀다. 덕분에 EU는 미국을 제치고 중국의 최대 교역상대방 자리를 넘보게 됐다.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를 유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미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가 장기적으로 달러의 글로벌 지위 약화를 부를 것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은 미국에 좋고, 이기기도 쉽다"며 무역분쟁을 고조하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잇달아 이전의 강달러 정책을 버리고 제조업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약달러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왔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배리 에이켄그린 경제학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달러 정책을 포기할 뿐만 아니라 무역 이익을 위해 의도적인 달러 약세를 의도하게 되면 이는 외환보유액으로서 달러의 매력을 감퇴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탄해진 유로존…관심 쏠리는 유로

유로 나름대로의 매력도 있다. 우선 성장률이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3%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에는 더 높은 성장세가 점쳐진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정책 기조를 약화시켜 유로 가치 상승과 이에 따른 각국의 유로 비중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지난해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유로존이 더 탄탄해졌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주요국 외환보유액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달러 비중이 소폭이나마 줄어들고, 유로 비중이 높아지면 이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외국인들의 자금조달로 꾸려가는 미국이 더 이상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보유외환 다변화 가능성에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세계 10위 외환보유국인 브라질은 2016년 현재 외환보유액에 유로가 아예 없고, 4위 외환보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에도 유로 비중은 10%를 살짝 웃돌 뿐이다.


유리존SLJ캐피털의 스티븐 젠은 프랑스에서 비록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승리했다고는 하지만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대통령 자리를 넘볼 정도로 부상했고, 이탈리아에서는 반기성정당들이 이번 총선을 휩쓰는 등 유로존의 포퓰리스트 인기라는 정치적 불안이 그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