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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근거도 부족한데.. WHO 5월 '게임=중독물질' 분류 추진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8 17:08

수정 2018.03.28 17:24

11조 넘는 국내 게임산업 뿌리 흔들어
바다이야기·셧다운제 등 게임산업 성장 발목 잡은 '게임포비아' 다시 불지펴
문화콘텐츠 수출도 타격.. "정부·학계 융합연구 나서야"
의학적 근거도 부족한데.. WHO 5월 '게임=중독물질' 분류 추진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5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11조원의 국내 게임산업은 물론 게임산업 수출까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게임중독을 질병 종류로 보는 것은 비과학적으로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시됐다. 게임 질병 여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8일 서울 테헤란로 롯데엘셀러레이터에서 개최한 'ICD-11 게임질병코드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정부기관(한국콘텐츠진흥원), 국회, 게임산업협회와 의학계 관계자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WHO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와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화콘텐츠 수출 55% 타격

우선 게임중독의 질병 등재 자체가 게임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은 "국내 게임산업 전체매출은 약 11조원이고 해외 수출액도 5조원을 넘는 문화콘텐츠 수출의 5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한국 게임콘텐츠가 질병이라고 하면 콘텐츠의 수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회장은 이어 "무엇보다 창의력 있는 우수한 인재가 게임산업 성장에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우수 인재 유치는 고사하고 게임산업 종사자가 자괴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의학적,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문제를 질병화하는 것은 게임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게임이 중독물질로 규정되면 인재도 오지 않고 중독물질을 수출하는게 돼 수출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게임포비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한국 게임산업 규모는 후퇴하거나 성장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국내 게임산업규모는 7조4489억원에서 5조1436억원으로 2조원 넘게 급감했고, 2011년 셧다운제 시행 전 18.5%에 달했던 게임산업 성장률이 2012년엔 10.8%로 줄었고, 게임중독법이 추진된 2013년에는 -0.3%로 오히려 감소했다.

■의학근거 부족… 정부 나서야

의학적으로도 게임중독을 알코올, 마약 같은 다른 중독물질과 달리 질병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술적으로 질병으로 규정하려면 갈망과 내성, 금단증상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WHO의 진단기준은 일상생활 방해를 중독처럼 치부하고 있다"면서 "의학적으로 공전질환과 구분, 종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게임은 우울증, ADHD 등 공존질환 비율이 90%까지 조사되는 등 게임 과몰입 현상이 게임 때문인지 우울증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공존 질환과 분리할 수 있는 연구와 게임 과몰입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게임중독과 질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융합연구를 추진하겠다 약속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을 질병으로 등재하는 것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가져온 극단적인 결과"라며 "국회 차원에서 복지부와 문화체육부가 함께 참여해 게임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를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4월 국회 여야 의원 14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게임포럼에서도 게임 질병 등재를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WHO는 5월에 열리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장애'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ICD-11 초안은 게임장애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순위에 둬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행위의 패턴'으로 정의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날 국내 게임콘텐츠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게임 산업 육성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총 164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분야는 △차세대 게임콘텐츠 제작 △첨단융복합 게임콘텐츠 활성화 △기능성게임 제작지원 등 게임산업의 육성 방향에 맞춰 총 46개의 게임을 선정할 예정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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