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격변기 한반도] 中이라는 방패 얻은 김정은..차이나패싱 우려 잠재운 시진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8 17:21

수정 2018.03.28 17:21

통일 전문가들이 본 한반도 외교지형 변화
金, 3대에 걸친 혈맹 회복..美와의 협상 지렛대로 삼아 러와도 정상회담 가능성
비핵화 조급한 기대는 금물..경협 등 통해 차례로 풀어야
[격변기 한반도] 中이라는 방패 얻은 김정은..차이나패싱 우려 잠재운 시진핑

[격변기 한반도] 中이라는 방패 얻은 김정은..차이나패싱 우려 잠재운 시진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격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비공개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신밀월 관계가 형성돼 한반도 안보 함수에 중국 변수가 급부상했다.

김 위원장은 첫 순방으로 동북아 외교무대에 파격 데뷔하면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틈새에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다음달 리용호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 외무장관회담을 열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8일 집권 6년간 외교무대에서 은둔하던 김 위원장이 첫 정상회담을 중국과 성사시키면서 3대에 걸친 혈맹관계를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보여준 한반도 구상과 남북관계 변화 행보를 중국에 설명하며 소원했던 관계를 복원시키고, 향후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삐걱댈 경우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시 주석은 연초부터 공을 들인 양회(兩會, 정협·전인대)를 끝내자마자 김 위원장을 초청해 '차이나 패싱(배제)' 우려를 잠재우고 한반도 문제 중재자 역할론을 부각시켰다.

■북·중관계 회복, 차이나패싱 잠재워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에 양측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와 펑리위안이 함께 참석하는 등 비공식 형태지만 '정상 국가'로 예우를 갖춘 의전이 진행됐다.

또 최룡해.박광호.리수용.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조용원.김성남.김병호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등이 수행하는 등 주요 인물이 총망라됐다는 평가다. 이는 북한이 상당한 준비를 했고, 중국에 입장을 잘 설명하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

중국도 시 주석 내외의 환대와 중국공산당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쑹타오 대외연락부장,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 등이 영접하는 등 격식과 성의를 갖췄다.

실질적 2인자인 최룡해 부위원장이 나서 급을 높이고, 고위급대표단으로 방남했던 김영철이 참석해 남한과 협의 내용을 실무적으로 설명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박광호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은 북.중 간 선전부문을 담당해 이번에 중국이 북한관련 언론과 인터넷을 통제하는 역할 등 국가이미지를 선전하는 데 협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은 비핵화, 북·미 현안을 비롯해 스웨덴 외교장관회담 관련 내용도 전달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은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변화와 극적 타결이 나오더라도 중국의 전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양해와 지지.협력을 요청했을 것"이라며 "시 주석도 연초부터 양회 준비로 북핵관련 전략적 스탠스를 구체화하지 못했는데 김 위원장의 비핵화.평화행보 등 의중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北은 제재 '숨통' 트일것 기대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한달 전 방중하는 등 중요 고비마다 외교적 한 수로 중국을 찾았기 때문에 이번 방중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또 중국과 신밀월 관계가 형성되면서 북한은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제재압박에 처하진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은 "중국이 제재 전선에서 공개 이탈하지 않겠지만, 김정은정권 생존을 훼손할 정도의 국제사회 압박은 막아줄 수 있다"며 "북핵은 중국과 미국 간에 큰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우리 생각대로 빠르게 북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도 그런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열쇠의 80은 미국이 쥐고 있고, 중국은 20"이라며 "중국 입장에서 북·미 간 문제가 해결되면 지정학적으로는 중국에 가까운 '정상 국가' 하나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방중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긍정론과 중국이 여전히 비핵화 단계적 접근론을 갖고 있다는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국과 한국은 비핵화의 단기적 해결을 원하는데 중국이 여전히 단계적 접근론을 버리지 않고 있어 엇박자가 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첫 해외순방에서 중국의 발전을 보면서 향후 북·중 관계에 대한 방안 및 향후 중국식 사회주의나 시장개방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한.미.일 주도의 대북압박을 약화시키고, 중국은 패싱 우려를 지울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남.북.미 회담과 동시에 남.북.미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중국은 기득권이 없어질 수 있어 남·북·미 경제협력은 싫어한다"며 "중국은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미국과 남한에 시위 차원으로 북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김현희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