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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D-1년, 갈길 먼 英경제.. 기업투자 줄고 성장률 G7 꼴찌, 탈출구 있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30 17:17

수정 2018.03.30 17:17

올해 GDP성장률 1.2% 전망.. 주요 선진국 중 경제후퇴 유일
아일랜드 국경문제도 해결돼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마감시한이 1년 뒤로 다가왔지만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EU와 영국이 브렉시트 마감시한인 내년 3월29일이 지나도 2020년 12월31일까지 지금과 거의 다를게 없는 상태로 양측의 지위를 유지한다는데 합의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간 무역협정이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문에 비록 브렉시트가 21개월 연장됐지만 "절벽을 뒤로 늦췄을 뿐"이라는 비관 속에 영국 경제는 세계 경제 성장세 속에서도 성장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남은 쟁점은

최근 영국과 EU가 발표한 지금까지 합의된 사안들을 정리한 초안에 따르면 양측은 영국내 EU 시민들의 권리, 영국의 이혼 위자료 지급 등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EU가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국경 문제는 아직 이렇다할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EU에서 떨어져나갈 영국 북아일랜드간에 맞닿아 있는 310마일에 이르는 국경 문제를 어떻게 할지 여전히 고심중이다.


현재는 아무런 장벽 없이 재화와 인력, 교통 흐름이 자유롭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이에 준하는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엄격한 국경'은 없을 것이라는 다짐이다. 그러나 해결방안은 아직껏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출입국, 통관 같은 엄격한 국경없이 EU를 탈퇴한다는 것이 양립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브렉시트 협상은 무의미해진다. EU는 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합의하지 않는 한 브렉시트와 관련한 어떤 합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최악의 경우 영국은 그동안 EU를 압박하는데 써왔던 아무 협약도 없이 EU를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 상황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말려들 수도 있다.

비영리연구소인 '변화하는 유럽에서의 영국' 부소장 사이먼 어셔우드는 29일 CNN머니에 "국경합의가 없으면 영국은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다"면서 "어떤 탈퇴 협정도, (21개월) 과도기도, 금융협정도, 그 어떤 것도 무산된다"고 우려했다.

무역협정 역시 버거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EU는 브렉시트 협상과 무역협상을 병행하자는 영국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10월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짓고, 이후 무역협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과도기 21개월을 더해도 2년 남짓한 시간 여유밖에 없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자유무역협상을 벌이려면 4~5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 쪼그라드는 경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에 나왔던 우려에 비해 영국 경제가 비교적 선방하고는 있지만 경쟁국들에 비해 밀리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영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로 미국의 2.9%는 물론이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성장률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고 전했다. 밝은 면이 없지는 않다. 파운드 가치 하락으로 수출이 늘고 있고, 수입물가가 뛰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해 수입을 제외한 수출,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11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또 실업률도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지난 1월 분기 실업률은 4.3%로 40년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그러나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이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영국의 기업투자는 2016년 국민투표 이후 주요7개국(G7) 평균을 계속해서 밑돌고 있다.
영국은행(BOE)은 기업투자 둔화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인 잠재성장률을 저하시킨다고 보고 있다. 이때문에 BOE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2%로 떨어뜨리기 위해 올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영국 경제 1.2% 성장하는데 그쳐 일본과 함께 G7 가운데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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