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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노동시간 '다운' 행복 '업'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1 17:05

수정 2018.04.01 17:05

[차관칼럼] 노동시간 '다운' 행복 '업'

한번씩 들어봄 직한 조크가 있다. 외국인 친구가 서울 남산에 올라 시내 야경을 내려다보며 "오 뷰티풀! 한국 야경이 이렇게 아름다운 이유가 뭐야?"라고 물었다. 한국인 친구가 대답했다. "비결은 바로 야근이야!"

세계에서 최장시간을 일한다는 우리 노동자들의 고된 삶이 떠올라 씁쓸하다. 사랑하는 아들딸과는 언제 다정스레 이야기를 나눠봤나 가물가물하고 회사에서 상사, 동료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시된다. 집이 '가정'이 아니라 잠깐 들러 잠만 자고 나오는 '숙소' 같다는 푸념도 듣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정부는 연간 노동시간을 2069시간에서 1800시간대로 줄이는 것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 그 결실의 하나로 지난 2월 28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3월 20일 공포됐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한지 5년 만에 이룬 극적 타결이었고, 노사 간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여야 의원들의 힘겨운 노력을 가까이서 지켜봤기에 더욱 감격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번에 개정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주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첫째,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했다. 이미 상당 정도 준비가 돼 있는 공공부문과 300인 이상 사업장들은 올해 7월부터 시행하고, 기업 규모별로 3년에 걸쳐 적용된다. 연착륙을 위해 3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은 2021년 7월부터 1년 반 동안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된다. 둘째, 사실상 무제한 노동이 가능했던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했다. 그리고 공익적 이유 등으로 남겨진 운수업, 보건업 등 5개 업종 노동자들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특례 적용 시에는 11시간의 연속휴식시간도 함께 보장하도록 했다. 셋째, 그간 많은 논란의 대상이었던 휴일노동 임금 가산률도 8시간 초과 노동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의 100% 이상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해 분쟁 소지를 최소화했다. 넷째, 모든 노동자가 공평하게 휴일을 누릴 수 있도록 달력상 소위 빨간날을 유급휴일로 민간기업에도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노동시간 단축의 입법적 토대가 마련된 만큼 현장에 조속히 안착되도록 범정부적으로 후속대책을 속도감 있게 준비하고 있다. 우선 노사 부담 완화를 위해 노동자 임금감소 비용이나 신규채용 인건비를 보전하고, 법 적용시점보다 조기에 단축을 준비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력난 가중이 우려되는 뿌리산업이나 버스와 같은 특례 제외업종 등 업종별 변화 상황도 면밀히 살펴보며 필요한 지원방안을 관계부처와 마련 중이다. 또한 임금체계나 교대제 개편 등을 통해 노동시간은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생산물량이 집중되는 특정 시기에 일정 기간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해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에 대해서도 합리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를 조속히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 관행이 뿌리 깊은 우리 노동시장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노사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그로 인한 과실은 노사가 함께 나눠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더 이상 야근이 미덕이 되지 않도록 일터 문화와 의식도 혁신해 나가야 한다.
또한 줄어든 노동시간을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에 청년들이 채용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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