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펀드·채권·IB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외환보유액 달러자산 투자비중은 왜 줄었나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2 14:39

수정 2018.04.02 17:50

자료=한국은행, 최근 외환보유액 운용 현황
자료=한국은행, 최근 외환보유액 운용 현황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의 달러자산 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한은이 공개한 2017년 연차보고서를 보면 달러자산의 비중은 68.1%로 줄어들었다. 최근 수년간 달러 비중이 높아지면서 달러 자산 비중이 70%를 넘어선 뒤 작년엔 비중이 약간 축소된 것이다.

외환보유액의 달러자산 투자 비중은 2015년 66.6%에서 2016년 70.3%로 높아진 뒤 다시 낮아졌다.

미국이 지난해 3차례 금리를 올렸고 올해도 3~4차례 금리인상이 예상되지만, 한은은 지난해 이 비중을 낮춰 주목된다.

■ 외환보유액 왜 달러자산 비중 줄었나..미국과 다른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차별화 기대 감소
미국 연준은 2015년과 2016년 말 각각 1차례, 지난해 3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유로존이나 일본 등 선진경제권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 정상화를 단행했다.

최근 수년 사이 한은 외자운용원은 미국 금리 정상화에 따른 달러 자산 메리트를 감안, 미국물에 대한 외환보유액 비중을 점차 늘려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달러자산 투자 비중을 줄인 것이다.

지난 2012년, 2013년까지만 해도 달러자산 비중은 각각 57.3%, 58.3%로 60%가 채 되지 않았다. 당시 한은 외자운용원은 '통화의 분산투자'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정상화 시점이 다가오면서 달러화 비중을 높였으며 이 비중은 2016년에 70%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

이후 지난해부터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 선반영, 유로존 등 여타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분위기 조성 등이 달러화 비중을 낮추는 요인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매년 봄에 발표하는 연차보고서에도 이와 같은 언급이 나온다.

한은은 "미국 연준과 여타 주요국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차별화 기대가 줄어들면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해 달러화 표시 자산의 비중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의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의 평균과 비교할 때 지난해 달러자산 비중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한은이 조금씩 달러자산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한편 지난해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893억달러로 2016년말에 비해 182억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은 원화로 대략 400조원 수준이었다.

■ 외환보유액 위탁운용 비중 늘려가는 상황..크레딧 바벨 형태의 투자 패턴 보여
외환보유액은 기본적으로 수익성보다 안전성과 유동성에 무게를 둔다. 국가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의미 등이 크기 때문에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기 보다는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에 주로 투자할 수밖에 없는 성격이 강하다.

이 외환보유액 가운데 유가증권이나 예치금 등 외환이 3795억달러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SDR이나 IMF 포지션, 금 등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은은 운용 목적에 따라 외화자산을 현금성자산과 투자자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은 일상적인 외화자금의 유출입, 일시적인 외화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자산이다. 현금화가 쉬운 단기 국채, 예치금 등으로 운용된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은 투자자산으로 운용된다. 이 투자자산은 직접투자자산과 위탁자산으로 나눠진다. 직접 투자자산은 한은이 직접 운용하는 자산이며 위탁자산은 외부에 맡긴 돈이다.

그런데 한은은 최근 위탁운용 비중을 크게 늘려 주목을 끌고 있다.

2017년말 현재 현금성자산이 3.2%, 직접투자자산이 77.7%, 위탁자산이 19.1%를 차지했다. 최근 수년간 위탁자산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위탁자산의 비중은 2015년 15.5%에서 2016년 18.0%에 이어 2017년엔 좀더 늘어난 것이다.

한은은 "외부 전문성 활용, 투자방식의 다변화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국제적인 자산운용사와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위탁운용하고 있다"면서 "투자대상에는 채권과 함께 주식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위탁자산에서 투자하고 있는 채권도 신용도가 높으며 주식 또한 우량 상장주식으로 구성돼 있어 필요시 현금화 하는데 어려움은 없다"고 밝혔다.

자산배분에 있어서는 크레딧 바벨(크레딧 위험이 높은 자산과 낮은 자산 위주로 구성) 형태의 전략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세계 경제의 상·하방 리스크 확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고유동성 안전 자산인 정부채와 유동성이 높으면서도 고수익 자산인 주식의 비중을 확대했다"면서 "대신 정부 기관채 등 안전성과 유동성이 중간 정도인 비정부채 비중을 축소하여 전체 리스크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국내 증권사들의 자산 규모가 커지고 외화 채권 매매규모 증가 등으로 중개역량이 강화돼 국내 증권사를 외화채권 매매 거래기관에 포함시켜 거래 상대방을 다양화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업계가 계속해서 외환보유액 운용에 있어서 국내 증권사의 중개 참여를 건의해 왔으며, 그런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