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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의 아버지 데이비드 차움 "블록체인으로 직접민주주의 실현"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3 16:00

수정 2018.04.03 16:00

가상화폐의 아버지 데이비드 차움 "블록체인으로 직접민주주의 실현"
전세계를 가상화폐 열풍에 휩싸이게 한 비트코인의 창시자는 익명의 암호학자 사토시 나카모토로 알려져있다. 그는 지난 2008년 처음 짧은 논문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비트코의 기술적,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인물이 있다. 암호학을 적용해 사상 처음으로 전자화폐 '이캐시(ecash)'를 만든 가상화폐의 아버지 '데이비드 차움'이 그 주인공이다.

데이비드 차움은 3일부터 이틀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하는 분산경제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날 '분산컴퓨테이션'이라는 주제로 키노트 강연에 나서 블록체인 기술의 기반인 암호학을 활용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인 내가 왜 이캐시라는 전자화폐를 만들었는지 생각해보면 암호를 사용해 내 정보를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함"이라며 "사이버펑크 운동과는 조금 다르지만 개인의 권익과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가상화폐 기술이다"고 말했다.

차움 박사는 35년전 UC 버클리 대학원 시절 암호학에 투신했다. 이후 세계암호학회(IACR)를 창립하고 이캐시를 개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가 선보인 기술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기술은 '은닉서명' 기술이다. '은닉서명'은 암호학을 금융거래에 접목한 첫 시도다. 돈을 송금할때 송금한 인물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도록 암호화하는 것이다. 누가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받는 사람은 확인할 수 있다.

3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 2018에서 데이비드 차움 박사가 키노트 강연을 하고 있다.
3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 2018에서 데이비드 차움 박사가 키노트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내가 어디서 물건을 샀는지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은닉서명을 구상했다"며 "돈을 받는 사람도 내가 받을 돈을 누구한테 받았는지 굳이 알지 않고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은닉서명 기술을 소개했다. 이같은 암호학과 금융거래의 융합은 오늘날 가상화폐 기술의 근간이 됐다. 일각에서 데이비드 차움이 비트코인을 개발한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세계를 블록체인으로 들썩이게 만든 장본인인 그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차움 박사는 블록체인 기술이 궁극적으로 직접 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암호학으로 사람들의 사생활을 지키는 것에서 나아가 국가의 통치 방식(거버넌스)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다소 극단적일 수 있지만 고대 그리스로 돌아가 직접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열린 분산경제포럼에는 데이비드 차움 박사를 비롯 이안 그릭 금융암호학자, 데이비드 슈와츠 리플 암호학자,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이사 등의 전문가들이 블록체인과 기존 산업과의 융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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