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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끝난 평창 '깡통전세 대란' 오나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5 17:23

수정 2018.04.05 21:06

반짝특수 잦아들자..
대출 끼고 분양받은 집주인, 막상 시세차익 크지 않자 보증금 부담에 경매로 넘겨
피해는 세입자들에게
중개업소들은 이미 철수, 우선변제금 제외한 보증금 돌려받으려면 소송 불가피
올림픽 끝난 평창 '깡통전세 대란' 오나


#.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 2016년 조직위가 평창에 사무소를 본격 이전하면서 현지에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반전세로 얻었다. 무사히 행사가 끝나고 조직위 해산을 앞둔 그는 집을 내놓기 위해 부동산에 갔다가 중개업자로부터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지는데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주인들이 많은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해 본 A씨는 집주인이 매매가의 70%를 대출받았는데 이를 연체해 경매에 넘어가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5일 강원도 평창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곳곳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마찰음이 들려오고 있다. 조직위원회에서 일한 1000여명이 대부분 인근에 집을 구해 살다가 한꺼번에 빠져나오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평창에 있는 아파트 대부분이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분양하면서 시세차익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무리한 대출을 끼고 사들였다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평창군의 전체 아파트 가구수는 5284가구다. 이 가운데 10%가 넘는 600가구가 올림픽을 앞둔 올해 초 입주했을 만큼 현지 수요가 아닌 올림픽을 겨냥한 분양이 성행했다.

A씨의 경우 전세 4000만원, 월세 20만원에 계약한 아파트의 계약기간이 끝나 전세보증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집주인의 대출이자 연체로 경매에 넘어간 상황이다.

A씨가 살고 있는 집의 시가는 1억4300만원이다. 7년 전에도 1억4000만원이었으니 올림픽 특수에 따른 시세차익은 없는 셈이다. 집주인은 1억4000만원 중에서 1억원을 은행에서 빌리고 4000만원은 A씨의 보증금으로 충당했다. 이자도 A씨의 월세로 부담하면서 시간을 끌다 올림픽 직전부터 이자를 연체했다는 분석이다.

평창 현지 B공인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올림픽이 끝난 마당에 세입자를 다시 구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가격이 많이 오를 걸 계산하고 투자했다가 막상 오르지 않자 그냥 경매에 넘기겠다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A씨의 경우 전세계약을 중개했던 공인중개사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 원래 강릉에서 일하던 중개업자가 올림픽 직전 평창에 들어와 중개업소를 운영하고는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A씨는 "강릉에서 집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출퇴근 거리 때문에 조직위와 가까운 곳에 얻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힘든 사정을 토로했다. A씨는 계약 당시 "이 동네(평창군 대관령면)는 전부 대출을 낀 집이다. 별문제 없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지금은 "경매가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뿐이라 답답한 노릇이다.


살고 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 확정일자로 인한 우선변제금 이외에 나머지 보증금을 받으려면 집주인의 재산을 찾아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법정 다툼을 해야 한다.

지지옥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당장 평창에서 이 같은 일이 다수 발생하더라도 데이터로 잡혀서 문제가 드러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린다.
경매를 개시하고 기일이 잡힐 때까지 7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며 "전에도 조선소가 있던 지역에서 업황이 나빠지면서 경매 물건이 다수 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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