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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극한 치킨게임.. 美 "추가 관세폭탄" vs. 中 "결사항전"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6 17:59

수정 2018.04.06 20:47

美-中 강대강 대치
美, 1000억弗 추가관세 고려.. 中, 최대 화물무역국 자신감
출구전략도 모색
美, 농민보호 방안 모색중.. 中, 美 반도체 구매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현지시간) 웨스트버지니아주 화이트 설퍼 스프링스에서 열리는 세금정책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전용기로 향하는 가운데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현지시간) 웨스트버지니아주 화이트 설퍼 스프링스에서 열리는 세금정책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전용기로 향하는 가운데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베이징.서울=조창원 특파원 박종원 기자】 미국과 중국간 관세보복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중 양국이 30억 달러 규모에 이어 500억 달러의 추가 맞보복 관세 난타전을 벌인 뒤 이번엔 무려 1000억 달러 규모의 메가톤급 추가 관세보복으로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5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중국이 4일 공개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지적하며 "나는 중국의 불공평한 보복을 고려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1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는 것이 무역법 301조에 타당한지 검토하고 그렇다면 관세를 부과할 품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중국 상무부도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중국은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반드시 반격할 것이고, 새롭고 종합적인 대응조치를 할 것"이라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피력했다.


■미중 관세보복 극한 치킨게임

양국간 관세보복 난타전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지난달부터 중국과 보복관세를 주고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제껏 동원한 액수의 2배에 달하는 1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가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중국도 조만간 1000억 달러에 맞먹는 추가 보복조치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보복조치는 사실상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대부분의 제품들을 겨냥할 수 있다.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등 30억 달러 규모의 관세조치를 내린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우주항공, 반도체 등 1300여개 품목,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중국 정부도 이에 맞서 미국산 대두, 항공기, 자동차 등 106개 품목, 5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같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보복관세에 적용될 만한 품목들을 이미 나열한 가운데 기존보다 무려 두 배나 많은 추가 관세폭탄을 양측이 터트릴 경우 양국간 교역은 극단적인 경우 마비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이와 관련,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전보다 더욱 놀랍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재화 및 서비스의 총합은 1304억달러로 만약 중국이 미국의 보복관세 규모(누적 1500억달러약.160조2000억원)를 그대로 따라한다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것에 추가 관세를 붙여도 모자라는 상황이다.

■최악 상황 대비 출구전략 모색

미국과 중국이 결사항전의 극한 대립을 보이면서 최악의 무역전쟁에 대비하는 준비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미국 농무부 차관은 자국 농민을 보호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 농무부의 빌 노디 농업 생산.보호 담당 차관은 이날 캔자스주에서 열린 한 농업상품 행사장에서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많은 선택지가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없지만, 확실히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관세 조치가 예고되면서 미국 농축산업계에 불어닥칠 위기를 정부 보조금 등을 통해 대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에 연간 약 200억 달러(약 21조2680억 원)의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계도 대중국 관세 폭탄에 대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도 미국에 대한 결사항전 의지를 밝히면서도 출구전략도 함께 모색하는 모양새다. 인민일보는 논평을 통해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화물무역국이자 세계 2위 수입국"이라며 "무역점유율이 커질수록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기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강대강 대치로 맞서도 미국에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양국간 긴장이 임계치에 도달하기 전 중국의 양보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미중 양국간 긴장이 더 고조되기 전에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구입을 늘리거나 관세를 낮추는 방법으로 먼저 양보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최근 관세보복을 총동원해 중국에게 얻고자 하는 것은 관세를 더욱 낮출 것과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에게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관행을 중지하는 것 그리고 보다 더 폭넓은 시장 개방이 꼽힌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대해 협상과정을 통해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늘려주거나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를 내리는 한편 금융시장 등을 더욱 개방하는 방법으로 악화된 미중관계를 복원하는 데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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