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북아일랜드와 한반도

김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8 16:52

수정 2018.04.08 16:52

[특별기고] 북아일랜드와 한반도

올해 4월 10일은 아일랜드공화국과 북아일랜드 간에 통일 문제를 둘러싸고 수십년간 폭력과 갈등의 역사로 점철돼 왔던 북아일랜드 문제가 평화적 해결 기반을 마련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북아일랜드 모든 정파와 영국 정부, 아일랜드 정부가 1998년 부활절에 합의, 체결한 '성금요일 협정(Good Friday Agreement)'이 바로 그것이다.

더블린에서 북쪽으로 한시간 남짓 운전하다 보면 어딘가부터 도로 표지판이 킬로미터에서 마일로 바뀌고, 휴대폰에 북아일랜드 통신회사의 로밍서비스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하는 것 이외에는 북아일랜드 국경을 넘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과거 검문소에 중무장 군인들과 장갑차까지 배치됐다는 북아일랜드 국경 풍경은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300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던 북아일랜드 무력분쟁은 이제 완전히 지나간 역사가 됐다.

물론 지난해 1월 붕괴된 북아일랜드 자치정부가 정파 간 이견으로 아직 재구성되지 못하는 등 정치세력 간의 갈등이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피와 폭력의 역사를 종식시키고 평화 공존의 토대를 마련한 북아일랜드 평화 과정은 우리 한반도에도 여러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 대화의 중요성이다. 무장테러 세력으로 악명 높던 IRA(아일랜드 공화군)의 완전한 무장해제가 협상의 전제조건이 되는 등 상호불신과 반목이 극에 달했지만, 끈기 있는 대화와 중재를 통해 대립 정파 간의 신뢰를 구축한 것이 협상 타결에 결정적이었다. 결국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IRA와 밀접히 연관돼 있던 신페인당의 평화협상 참여가 이뤄지고 궁극적으로 IRA의 무장해제를 달성한 것이다. 대화 상대방의 과거 전력을 문제 삼지 않고 끈기 있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모범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평화는 이뤄가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성금요일 협정' 체결 이후 북아일랜드 구교도와 신교도 간의 협력과 상생이 뿌리를 내려가고 있지만 북아일랜드는 아직도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 지난 20년간 지속적인 교류와 화해 협력 등으로 북아일랜드는 계속 평화정착에 힘쓰고 있다.

셋째, 지도자들의 의지와 함께 국민의 지지가 평화 달성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이다. '성금요일 협정' 타결에는 미국, 영국, 아일랜드 지도자들과 북아일랜드 모든 정파 지도자의 평화정착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아울러 평화협정이 타결되고 성공적으로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평화 과정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 지지 덕분이다.

물론 북아일랜드 평화 과정을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 특히 북핵문제 해결에 직접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북아일랜드와 북한의 정치체제가 다르다는 점, IRA의 무장해제 문제와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국제적 비중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북아일랜드 평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중재자의 존재가 한반도 평화 과정에는 없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식민지배의 어두운 역사와 분단의 쓰라림을 안고 있는 아일랜드 섬의 평화정착 경험은 독일 통일 사례와 함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북아일랜드 평화 과정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허강일 주아일랜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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