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차별적 게임광고 바뀌어야

"황진이, 정난정 등 미인과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은가요?" "나리, 몸을 수색해주세용."

무슨 성인업소 광고지에나 나올 법한 표현이지만 이는 한 게임의 온라인 광고 문구이다. 플레이어가 왕이 된다는 콘셉트를 지닌 이 게임의 광고는 모바일상 다른 게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불현듯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이 게임은 성인 전용도 아니고 12세 이상이면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또 다른 게임은 최근 "나의 아저씨가 되어 주실래요?"라며 얼굴에 상처가 난 여성 캐릭터 모습을 온라인 광고에 실어 논란이 됐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작은 체구의 여주인공이 건장한 사채업자 남성에게 폭행 당한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당시 드라마 속 장면은 여성 혐오·폭력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차용한 게임 광고까지 나온 것이다.

이처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남성이 지배.보호해야 하는 수동적 존재로 표현하는 게임 광고가 난무하고 있음에도 관계당국은 뒷짐만 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현행법상 게임물 온라인 광고는 사전심의가 아닌 사후심의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 게임광고를 사전심의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지만 게임 제작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이런 광고를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한 게임제작사 대표가 게임원화가를 상대로 한국여성민우회 트위터 계정을 구독하고 '한남(한국남성을 비하하는 말)' 등의 표현이 쓰인 글들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원화가를 따로 불러 사실상 사상검증을 한 사례는 게임업계가 얼마나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돌아가는지 보여준다.

게임 문화는 남성의 것이고 그래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왔으나 이제는 그 틀을 깨야 할 때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여제 홍진영이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하는 모습이 방송을 탈 정도로 이제 게임은 남성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의 취미 생활이 되고 있다.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운동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게임업계와 관계당국도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맞춰가야 한다. 미투 운동은 단순히 특정 가해자의 가해 사실을 폭로한다기보다는 이런 성폭력이 가능했던 남성 중심적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구자윤 사회부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