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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창업, 투자보다 규제해소가 더 시급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9 17:22

수정 2018.04.09 20:44

‘1000억 클럽’ 나왔지만 갈길 먼 스타트업 생태계
배달의민족 수수료 논란에 적자 감수하며 수수료 포기
카카오택시, 업계와 갈등..정부는 중재 안하고 방관만
中 선전은 스타트업 성지로..1년에 4000개씩 기업 생겨
혁신창업, 투자보다 규제해소가 더 시급
온.오프라인 연계(O2O)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매출이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문재인정부가 혁신창업 정책을 발표하며 오는 2020년까지 8조원 규모의 정책.민간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스타트업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때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을 정부가 적극 나서 조정하고, 규제 샌드박스 등의 법안 개정을 통해 '시간이 생명'인 스타트업의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 쏘카, 야놀자가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 고지를 밟은 데 이어 더파머스도 올해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들 스타트업의 뒤를 이어 더 많은 스타트업이 매출 1000억원대에 올라서기 위해선 정부의 투자지원뿐만 아니라 현행법, 시행령, 규칙 등의 규제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 이후 모바일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속속 등장한 스타트업은 모바일로 기존의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개선하거나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 많다.


이 경우 기존 사업자와 시장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데 정부가 이 과정에서 신.구 사업자 간 갈등 조정자로 적극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소상공인인 음식점주의 수수료를 과도하게 뺏는다는 논란에 휘말려 아예 지난 2015년 주문중개 수수료를 포기했다. 당장 매출의 30%가 줄고, 우아한형제들은 그해 영업적자를 기록해야만 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사실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한 것과 같았지만 고객을 놓칠 수 없어 내린 결단으로 간신히 노력해 흑자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택시의 유료호출서비스를 둘러싼 택시업계와의 갈등이나 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와 택시업계의 갈등도 사실상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풀러스는 이용자에게 더 편리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것인데 현행법에 따라 불법기업으로 낙인이 찍힐 뻔했다"면서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에서 서비스는 그런 논란만으로도 휘청거리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숙박 공유 업체는 소방법, 공중위생관리법 등을 법을 지키고, 푸드 테크 플랫폼 기업은 지역 맛집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위한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기 위해 서비스 개발만큼 많은 시간이나 투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제조업 허가는 구마다 다르다"고 혀를 내둘렀다.

국내 스타트업이 '정부 규제 허들'에 막혀 게걸음을 하는 동안 중국 선전, 미국 실리콘밸리 등 스타트업 강국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 선전시 한 도시에서 스타트업은 1년에 4000개씩 만들어졌다.
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부 허가를 받은 액셀러레이터는 150여개가 된다. 한국도 박근혜정부부터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했지만 아직 스타트업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모바일 생태계가 열리면서 뛰어든 스타트업이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투자지원은 확대하고 있지만 규제개선이라는 구호와는 달리 나열식 규제조항은 전혀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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