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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이주열 총재 '2기' 첫번째 금리결정회의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0 15:05

수정 2018.04.10 16:49

사진=파이낸셜뉴스, 이주열 한은 총재
사진=파이낸셜뉴스, 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에 성공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결정회의(12일)에서 기준금리는 현 수준인 1.50%로 동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이 없었던 데다 예상을 밑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종사자들은 대부분 이번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5월 정도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 사이엔 이번 회의에서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는 만장일치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금통위 내 이일형 위원이 매파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회의에서 인상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낮은 물가상승률과 무역 갈등을 감안할 때 소수의견 가능성도 낮은 것같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시장에 소수의견 가능성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같다. 대부분 이번 회의에선 전원일치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물가

금리인상이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1.0%, 2월 1.4%, 3월 1.3%에 그쳤다. 이 수치들은 금융시장이나 한국은행이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것이다.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진행된 원화 강세 역시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미국의 보호주의에 따른 달러/원 환율 하락은 물가와 경기 상승률을 모두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 1월 경제전망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1.7%로 낮췄다. 하지만 최근 주변 환경이 물가상승에 좀더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이 수치를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신권의 한 채권매니저는 "올해 1분기 물가상승률이 1.3% 정도여서 한은이 물가 전망을 소폭 낮출 여지도 있다. 이 부분은 지켜봐야 할 것같다"면서 "적어도 한은이 올해 물가와 성장률 전망인 1.7%, 3.0%를 상향조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금리인상 조건으로 언급한 '기조적 물가상승세'가 확인되지 않았고 보호무역주의 관련 우려도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4월 금통위 이후 5월 초중순 경까지 단기금리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5월 금통위에서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노출된 뒤 7월에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가는 현재까지 경로를 감안해 0.1~0.2%p 정도 하향조정을 예상한다. 한은 총재가 금리정상화 기조는 살아있다고 방어적으로 나와도 시장은 믿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인상 예상 시점을 5월에서 7월로 늦춘다"고 밝혔다.

하지만 4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특히 소비자물가가 올해 1~3월 예상보다 낮은 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빠르게 상승한 영향, 즉 기저 효과가 컸던 데다 앞으로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이 연초에 낮춘 물가상승률 전망을 다시 낮추기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서비스 물가의 상승 등을 고려하면 한은의 물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특히 한은은 지난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하반기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물가전망 경로도 아직은 조정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 무역분쟁의 불확실성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지속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도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고 있지만, 무역 갈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은 어떤 식이든 3800억달러에 육박한 대중 무역적자를 줄여야 하는 처지이며, 중국은 미국의 지나친 공세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하게 밀어붙여 본 뒤 물밑 조율을 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무역갈등이 커질 경우 미국보다 중국이 잃을 게 많다고 강변하긴 하지만, 중국 역시 미국의 약점을 잘 알고 있어서 만만하게 당하기만 할 가능성은 적다.

이같은 미중 갈등이 현재까지 아시아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미-중의 험악한 발언에 비해 최근까지 주변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이다.

크레딧스위스는 "3월 22일 중국의 하이테크 품목이 포함된 지적재산권 관련 관세부과 조치가 실제 발효될 경우에도 아시아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GDP의 0.25%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도 현재까지 발표된 고율관세 부과품목이 아시아 각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과 관련된 고율관세 품목이 각국 전체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이하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관련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말레이시아 1.0%, 한국 0.8%, 베트남 0.6%, 태국 0.4%, 대만 0.4%, 인도 0.2% 등으로 미미하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향후 G2 강대국이 어떻게 협상을 이끌어갈지에 따라 수출 중심의 아시아권 국가들이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중 갈등이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한 국면인 셈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중 무역분쟁이 협상을 통한 해결방안 모색으로 진행되더라도 미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만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협상을 통한 관세부과 규모 축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는 그러나 "11월 미 중간선거가 열리는 데다 지금이 보호무역 본격화의 초기 단계임을 감안할 때 중국 이외 국가들과도 무역분쟁이 빈번해질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 시진핑 중국 주석의 보아보 포럼 연설엔 양보의 뉘앙스가 묻어났으며 무역분쟁 해결 의지도 엿보였다.

시 주석은 "중국도 수입 확대를 바라고 있으며 향후 자동차 등 수입관세를 낮출 예정"이라며 "금융, 자동차 등의 분야에 외국계 지분 제한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올해 국가지식재산권 관리국을 설립할 것"이라며 "다자무역 시스템을 보호하고 WTO 정부조달 협정 가입도 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경제를 더욱 개방하고 다른 나라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가운데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는 모습이다.

이같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양보 움직임 등이 계속해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한미 금리역전과 가계부채

지난 3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1.50~1.75%로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됐다.

한국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낯선 상황에 따른 자본 유출 문제 등도 금통위가 유심히 보는 사안 중 하나다. 하지만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기미는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채권시장에선 계속해서 외국인이 한국채권을 담았다. 코스피시장에선 외국인이 최근 10거래일 가운데 9일을 순매도했지만, 이는 무역분쟁 등의 우려에 따른 것이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계감 확대와 안전자산선호 강화로 신흥국에서 주식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측면이 있는 것이다.

당장 지금의 금리 역전폭을 근거로 외국자본이 한국 시장을 빠져 나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한미 금리 역전폭이 더 커질 경우는 조금 다른 얘기가 될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월말 열렸던 금통위 금리결정회의에서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도 당분간은 외국인 증권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3월 인사 청문회에서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경우 한은도 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금리역전폭이 커진다면 한은 역시 금리인상에 좀더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역전폭은 크지 않다. 역전폭이 50bp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는 한 이에 따른 자본유출을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같다"고 말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줄어들었다.

2015년과 2016년 가계부채는 두 자리수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한 자리로 증가세가 좀 줄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으로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감소한 것이다.

다만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른 상태인데다 가계부채의 절대규모도 계속 커져왔다. 정부의 정책 스탠스를 감안해 한은이 이에 맞출 가능성이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의 2000년대에 한은은 기준금리를 늦게 올렸다. 그 결과 집값이 폭등했으며 한은은 결국 부동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해야 했다"면서 "이번에도 한은의 금리인상 속도는 정부의 집값 안정 정책 강도와 연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키맨' 이일형

이주열 총재 '2기' 첫번째 금리결정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금융시장에선 소수의견 역시 없을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다른 의견이 나온다면 금융시장, 특히 이자율 시장의 방향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일단 이번 회의에서 성장률이나 물가의 하향조정 여부, 금리인상 소수의견의 존재 여부 등이 관심사다.

다수가 예상하는 대로 소수의견이 없다면 5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매우 낮게 인식될 수밖에 없다. 즉 상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물건너 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경우 5월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치가 갑작스럽게 커질 수 있다.

금통위원 7인 가운데 소수의견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는 이일형 금통위원이 꼽힌다.
금통위 내에서 가장 매파적 성향이 강한 이 위원이 소수의견을 낼지에 따라서 분위기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 연임 결정 후 5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게 인식됐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던 구도는 4월 이일형 위원 소수의견과 5월 인상 구도였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12일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고 하반기 한 차례 금리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만약 이 위원이 이번 회의에서 소수의견을 낸다면 한은의 금리정상화에 보다 힘이 실리고 금융시장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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