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서초포럼

[여의나루] 근로시간 단축 다음은 임금체계 혁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0 16:54

수정 2018.04.10 16:54

[여의나루] 근로시간 단축 다음은 임금체계 혁신


올해 하반기부터 최장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계적으로 단축된다. 이제 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오명을 씻어버릴 계기가 마련되었다. 장시간 근로로 인한 빈번한 산재 발생과 낮은 노동생산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기업의 우려는 크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데다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니 경영환경이 나빠졌다는 불평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을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과 업그레이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장시간 노동.저생산성 구조에서 단시간 노동.고생산성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리하여 노사가 윈윈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근로자도 협력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 다음에는 장시간 근로만큼 우리나라 노동에 뿌리 깊은 연공 임금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우리 임금체계는 근속과 연공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반면 기업과 개인의 성과에 따른 임금변동의 폭은 적다. 개인의 직무 성격이나 난이도에 따른 임금 차이도 크지 않다. 또한 임금 구성 항목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이 때문에 기업의 임금관리 비용은 증가한다. 복잡한 임금 구성은 노사 간에 통상임금 및 최저임금에 어떤 항목을 포함시켜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연공임금이 순기능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1960~70년대의 고도성장기에 기업은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필요했고 장기근속을 통해 숙련을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 연공임금은 이러한 기업의 필요를 충족시켰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생애 소득의 안정성이 높아졌다. 이와 같이 제조업 중심의 고성장기에 연공임금은 노사 쌍방에 이득이 되었고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도 연공임금을 기업별 노조, 종신고용과 함께 전후 부흥기에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한 3대 신기(神器)라 일컬었다.

그러나 민주화와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강해지면서 연공임금의 역기능이 나타났다. 연공임금을 바탕으로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자 기업은 이 부담을 고용조정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이 때문에 임금수준이 높은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심화되었다. 또한 대기업이 고임금의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아웃소싱, 소사장제 도입, 비정규직 채용 등으로 대응함으로써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차별이 심화되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문제들을 개선하려면 임금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그러나 임금체계의 변화는 노사 모두에게 민감한 사항이다.

특히 임금에 생계를 의존하는 근로자에게는 임금체계의 변화가 소득의 감소로 나타난다면 강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 세심한 전략적 고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박근혜정부의 졸속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추진과 실패는 반면교사 역할을 한다.

혁신의 방향은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고, 개인과 기업의 업적에 따른 성과급의 비중을 높이며, 직무의 성격이나 난이도 등을 반영하는 직무급적 성격을 강화하고, 복잡한 임금 구성 항목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임금체계 혁신은 서두르면 실패한다.
그 성공을 위해서는 긴 안목에서 장기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연공임금은 개발연대 이후 50여년간 뿌리박혀 있는 한국 노사관계의 DNA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혁신 방향의 합리성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