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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 '눈덩이 부채'… 유로존 경제성장 발목 잡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0 17:12

수정 2018.04.10 17:12

금리인상시기, 부작용 속출..개인파산, 기업연쇄부도 우려
한계기업 무분별한 대출로 부실채권 1조달러 이상 추산..ECB 26일 통화정책 방향 논의
가계·기업 '눈덩이 부채'… 유로존 경제성장 발목 잡나


기업과 가계부채가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에 점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10년에 걸친 양적완화(QE)와 초저금리가 유로존 경제를 침체에서 살려냈지만 기업들의 무분별한 대출과 가계의 무리한 주택매입이라는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됐다는 것이다.

ECB가 서서히 그동안 시중에 풀었던 자금을 거둬들이고, 이에따라 시장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취약 고리부터 끊어지기 시작해 연쇄부도로 이어지며 유로존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유로존 기업과 가계는 경제성장 속에 자신감을 회복하고, 초저금리 금융환경에 힘입은데다, 은행들끼리 박리다매식의 치열한 대출경쟁까지 겹친 덕에 빚을 잔뜩 끌어들여 부채비율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유로존 기업.가계 부채규모는 유로존 전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12%포인트 증가한 160%로 확대됐다.

이는 같은 기간 GDP 대비 부채비율을 14%포인트 낮춰 152%로 끌어내린 미국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2013년 QE 축소(테이퍼)를 시사한 뒤 잇달아 자금회수와 금리인상을 진행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여전히 QE를 지속중인 ECB의 통화정책 간극이 이같은 차이를 빚어냈다.

부채 증가는 한편으로는 ECB 통화정책이 효과를 나타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중앙은행이 푼 막대한 돈이 금융위기와 뒤이은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가계의 소비심리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해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갚은 능력이 되지 않는 가계와 기업들의 빚을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ECB가 자금 방출을 줄이고, 금리인상으로 방향을 틀면 조건이 좋지 않은 가계와 기업들부터 부채 차환이 어려워지고, 초저금리에서나 이자 지급이 가능했던 이들은 파산으로 갈 수도 있다. 자칫 연쇄부도를 부를 수도 있다.

■ 가계부채, 부동산 거품 우려

시중에 넘쳐나는 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유로존 부동산 시장은 거품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비토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지난달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특정 지역과 대도시들에서 (집값) 고평가 조짐이 보이고 있다"면서 "이들 지역에서는 집값 오름세가 가계 소득보다 더 빠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일랜드, 네덜란드, 포르투갈의 지난해 3.4분기 집값 상승률은 연율기준 10% 이상을 기록했다. 부동산 과열에 대응해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한도를 집값의 90%로 제한했다. 네덜란드는 이와함께 모기지 이자비용 소득공제를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르투갈은 대출기한을 40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핀란드는 모기지 한도를 아일랜드 등보다 5%포인트 낮은 85%로 떨어뜨렸다. 주택 구입자금 상당분은 초저금리로 은행에서 빌린 돈이다. 이때문에 네덜란드 가계부채는 순처분가능소득 대비 270%로 늘었다. 금융위기 싹이 움트기 시작한 2007년 당시보다도 높다.

역시 대조적으로 미국 가계부채는 2007년 순처분가능소득의 144%에서 지금은 112%로 낮아졌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센 소장은 "부동산 가격은 늘 다른 어떤 자산가격보다도 더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면서 부동산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은행 부실채권 1조달러 넘어

기업부채 역시 계속해서 늘고 있다. 1월 유로존 기업부채는 3.4% 늘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ECB가 초저금리를 이어가는 이유가 기업들의 투자를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책목표와 부합하지만 문제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초저금리 하에서만 간신히 이윤을 낼 수 있는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조금만 오르면 곧바로 부실채권이 될 수 있는 대출인 셈이다. BIS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10년전 GDP 대비 104%이던 기업부채는 지금 134% 수준으로 증가했다.

부채 증가 속도에 놀란 프랑스 당국이 최근 부채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에 대한 여신을 제한토록 하고, 은행들에는 자본비율을 높이도록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대출 증가에 제동을 걸 정도가 됐다.

프랑수아 갈로 프랑스중앙은행 총재는 "특히 대기업들이 (대출에서) 너무 앞서갈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유로존 기업들은 초저금리를 지렛대 삼아 기업 인수합병(M&A)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부실채권 양산의 바탕이 되고 있다. WSJ은 유럽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ECB는 오는 26일 통화정책회의인 정책이사회를 열어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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