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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저커버그 청문회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1 17:11

수정 2018.04.11 17:11

청문회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다. 1787년 헌법 제정 때 도입해 231년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은 청문회 없이 법안이 입법되는 사례가 없을 정도로 자주 열린다. 입법, 감독, 조사, 인준 청문회 등 종류도 다양하다. 청문회 목적과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철저히 정책질의에 초점을 맞춘다. 꼭 필요한 증인만 채택해 정쟁에 악용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청문회장에는 기업인들도 자주 불려 나온다. 1998년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전 회장이 시장독점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2011년에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도 같은 사안으로 조사를 받았다. 2013년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세금회피 논란으로 청문회장에 섰고, 2014년엔 메리 바라 GM 회장도 불려 나왔다.

도요타 리콜사태 때문에 2010년 미국 청문회에 나온 도요타 아키오 CEO는 청문회장에서 울먹이며 사죄까지 했다. 2009년 8월 미국 샌디에이고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 결함으로 렉서스 ES350에 탄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운전자의 운전미숙을 탓했다. 여론이 나빠지고 미국 정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아키오 CEO는 사고 발생 6개월 만에 청문회장에 섰다.

칭찬을 들은 CEO도 있다. 세계 최대 장난감 회사인 마텔은 2007년 중국에서 만든 마텔 장난감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성분이 나왔다. 로버트 에케트 마텔 CEO는 즉시 사과하고 세 번에 걸쳐 자발적 리콜을 했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장난감 2200만개를 거둬들였다. 여론은 곧 잠잠해졌다. 그해 9월 청문회장에 선 마텔은 "위기대응이 신속하고 정직했다"는 의원들의 칭찬을 들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10일(현지시간) 처음 상원 청문회장에 섰다. 평소 즐겨 입던 티셔츠에 청바지 대신 말쑥한 정장에 넥타이를 맸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흘러나간 점에 대해 "명백한 실수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과한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저커버그가 청문회의 승자란 평가를 내렸다.
저커버그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작년에는 워싱턴포스트가 차기 유력 대선후보군으로 꼽기도 했다.
저커버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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