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탄소배출권 비용 폭탄 맞게 된 시멘트업계 "업종 분류 잘못돼"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2 15:33

수정 2018.04.12 15:33

정부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을 놓고 시멘트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시멘트업계를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 없는 레미콘업계 등과 하나의 업종으로 분류하면서 수천억원의 탄소배출권 구매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는 온실가스 특성을 반영해 업종을 세분화하고 탄소배출권을 유상할당을 결정해야 한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 만든 제도다. 정부는 매년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에게 탄소 배출 총량을 정한 뒤 배출권을 나눠준다(할당). 배출권이 남는 기업은 돈을 받고 팔 수 있고 모자란 기업은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제도를 시행했다.
탄소배출권 할당 계획은 3년 단위로 세워 올해부턴 2차 할당계획에 의해 탄소배출권이 할당된다.

■시멘트업계 유상할당으로 3년간 2134억원 비용부담
12일 업계에 따르면 2차 할당계획의 핵심 쟁점은 '유상할당'이다. 유상할당은 정부가 배출권 일부를 기업에 돈을 받고 나눠주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모든 업종에 무상으로 할당량을 제공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일부 업종에 대해 이전에 제공하던 탄소배출권 할당량의 3%를 구입하도록 했다.

시멘트업계가 지난 2015∼2017년 받은 무상할당 규모는 1억2400만t, 지난해까지 할당량 이상으로 배출한 탄소배출권은 600만t에 달한다. 무상할당 규모 1억2500만t의 3%인 370만t과 600만t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2134억원(970만t*2만2000원(배출권 거래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16년 업계 전체 순이익 2100억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 더욱 늘어난다는 점이다. 오는 2021년 이후 유상할당 비율이 10%로 올라간다. 3%에서 10%로 비율이 오르면 구매비용도 3배 이상 오를 수밖에 없다. 시멘트업계가 적자를 면하기 위해 시멘트 가격을 올리면, 건설사의 시공단가를 올라가며 건설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선진국처럼 온실가스 특성 반영해 업종 세분화해야"
시멘트업계는 시멘트업종을 단일 업종으로 분류하고 탄소배출권을 유상할당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기준을 차용해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행했음에도 업종분류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기준을 적용, 유상할당 대상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EU는 시멘트업종을 단일 업종으로 본 반면 우리나라는 시멘트와 레미콘, 콘크리트, 기와, 타일 등을 하나의 업종으로 분류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무상할당 대상 업종은 '무역집약도' 30% 이상 업종과 '생산비용발생도'가 30% 이상인 업종 등이다.
철강, 반도체 등 국제경쟁력을 갖춘 업종이나 부가가치 생산에 비해 탄소배출권 부담(생산비용발생도)이 큰 업종은 무상할당 대상이 된다. 시멘트업계가 따로 묶일 경우 생산비용발생도는 37.6%로 무상할당 대상이 되지만 레미콘업계와 같이 묶일 경우 생산비용발생도가 10.5%로 떨어지며 유상할당 대상이 됐다는 게 시멘트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유·무상할당 제도 시행에 앞서 제도 취지에 부합하고 해당 업종의 경쟁력과 온실가스 특성이 반영된 업종 세분화를 위한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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