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구조조정 실패, 누구 책임인가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2 17:14

수정 2018.04.12 17:14

[차장칼럼] 구조조정 실패, 누구 책임인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놓고 수년째 진통 중이다. 그간 국민혈세 수십조원이 들어갔다. 국책은행 등이 쏟아부은 직간접 공적자금은 어림잡아 대우조선해양에 13조원, STX조선에 8조원, 성동조선에 4조원, 금호타이어에 3조9000억원 정도다. 성동조선은 지난달 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STX조선은 데드라인을 넘겨 제출(4월 11일)한 노사 자구안을 정부(산업은행)가 수용해 법정관리를 면했다. 한국GM 사태는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악화일로다.
대우조선은 민영화를 전제로 여태껏 구조조정 중이다.

그간 "추가지원은 없다" "원칙대로 하겠다"는 정부의 말에 우리는 얼마나 속아왔나. 악순환의 패턴은 비슷했다. 부실기업 경영난 악화→(선거 전 지역민심 동요)→공적자금 투입→반짝 실적 회복→부실 악화.지역경기 침체.실업자 증가→(선거 전 지역민심 동요)→공적자금 재투입 반복이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늘 이랬다. 부실기업에 투입하는 자금이 경제 역동성을 회복하기는커녕 '눈먼 돈'에 길들여지는 역효과를 낳았다. 눈먼 돈의 수혜자는 물론 정치권과 정부도 중독성 있는 돈의 맛을 알아갔다. 이렇게 구조조정을 직무유기한 대가는 미래세대들이 짊어지게 됐다.

'실패한 구조조정'은 정부와 국책은행(산업은행)이 한 고리다. 부실기업 대주주(또는 2대주주)로서 산은은 지난 십수년간 수십조원을 부실기업에 투입했고, 이들 기업에 산은 임직원 120여명(2008~2016년)을 내려보냈다. 호황 땐 자리보전과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부실 악화의 책임을 논할 땐 침묵했다.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산은의 관리부실로 '대우조선의 4조원대 분식회계 사태'를 초래한 2015년 정부는 총선 6개월 전 '대우조선 부실의 깊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4조3000억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1년반 정도 지나 '국책은행 동반부실 위기'를 들먹이며 2조9000억원을 더 쏟아붓겠다고 했다. 당시 정부 관료의 '도덕적 해이'의 극치였다.

새 정부 들어 지난달 대우건설 매각은 또 실패했다. 지난 2월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 때도 정부는 알고도 숨겼거나, 아니라면 무책임했다. 한국GM 2대주주로 산은 측 사외이사 3명이 이사회에 참석했지만 사흘 뒤에나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다. '일자리 프레임'에 갇힌 정부 관료는 GM의 치밀한 '탈(脫)한국' 전략 앞에 쩔쩔매고 있다. 구조조정 주무부처라고 '홀로' 외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핵심부처는 엇박자다. 장관들은 여론을 의식한 '면피성 행보'에 급급하다.
'정권바라기' 정부 관료들이 포퓰리즘식 '정치'를 하고, 민심을 빌미로 정치인들이 '정책'을 하는 꼴이다. 틀린 문제를 자꾸 틀린다.
해답은 알고 있는데 말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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