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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으라더니, '다자녀 특별공급' 없애나”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2 17:18

수정 2018.04.12 17:18

9억 이상 특별공급 중단 다자녀가구 불만 속출
"땜질식 대책의 '희생양' 저출산 해소 취지도 역행”
“애 낳으라더니, '다자녀 특별공급' 없애나”


국토교통부가 9억원 이상 아파트의 특별공급을 폐지한 가운데 다자녀 특별공급을 유지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제도의 특성상 악용될 소지가 적은 데다 실질적으로 다자녀 가구가 거주하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분양가가 대부분 9억원을 넘는다는 이유다. 정부가 '땜질식' 대책을 내놓다보니 다자녀 특별공급이 희생양이 됐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아이 많이 낳으라더니 특별공급 폐지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다자녀 특별공급 폐지를 반대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특별공급 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돼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다자녀 특별공급까지 폐지대상에 포함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 자녀를 두고 있다는 청원인은 "대부분의 다자녀 가구는 어마어마한 교육비, 양육비를 감당하느라 40대가 되고, 아이들이 학령기에 접어들어서야 내집 마련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면서 "서울 9억원 이하 주택 중 좋은 교육환경과 다섯식구 이상이 살 수 있는 공간을 가진 집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기존 주택을 사기에는 이미 너무 올라버렸다"면서 "다자녀 가구는 소형 주택에 살라는 얘기냐"며 특별공급 폐지 축소를 요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부동산 카페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잇따른다. 다자녀 폐지 반대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악용의 소지가 있고, 허술하게 운영됐던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기관추천은 제한하는 것이 맞지만 다자녀 가구는 얘기가 다르다"면서 "기준이 명확한 다자녀 특별공급을 폐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또다른 다자녀 청원인은 "실제로 아이들을 낳고 양육하다보니 정부에서 주는 혜택이 의외로 없었고, 유일하게 아파트 특별공급이 가장 현실적이고 필요한 제도였다"며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만든 다자녀 특별공급제도를 한 달마다 새롭게 개편하는 것은 신중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지난달에는 "자녀 많으면 우선공급"

국토부는 지난달 자녀가 많을수록 특별공급을 받기 쉽도록 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다자녀 특별공급 총점을 65점에서 100점으로 높이고, 미성년 자녀와 영유아 자녀의 배점을 각각 40점과 15점으로 높였다.

기존에는 미성년자녀의 배점은 5점, 영유아 자녀는 10점이었다. 당시 국토부는 "미성년 및 영유아 자녀수가 많을수록 배점이 가중되도록 해 자녀가 많은 가구가 주택을 우선공급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시행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다자녀 특별공급을 폐지함으로써 개선의 의미가 퇴색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대해 시장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는 "국토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문제가 터졌을 때만 땜질식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단발적인 정책을 내놓게 되면 희생양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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