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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미니 TTIP로 트럼프 관세폭탄 돌파한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9 15:28

수정 2018.04.19 15:28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교역담당 집행위원.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교역담당 집행위원.
유럽연합(EU)이 간추린 미니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을 비켜가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TTIP는 EU가 수년동안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와 타결을 위해 협상에 나섰지만 끝내 불발된 바 있다. EU는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 유예기간이 끝나는 2주안에 미국에 미니 TTIP를 제시하고 대신 관세는 면제받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에서 각을 세워봤자 양측에 유리할게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EU의 사실상 투항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최종안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독일이 제안해 물밑에서 논의되고 있는 미니 TTIP는 트럼프가 원하는 주된 미국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우선 미국산 자동차, 부품, 산업기계류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일부 농산품, 약품에 대한 관세 장벽 역시 낮추는 것이 골자다.

대신 EU는 그동안 TTIP 협상의 오랜 걸림돌이었던 EU 기업들의 미 정부 조달시장 참여를 반대급부로 요구할 전망이다.

유럽은 또 미니 TTIP 협상 타결을 위해 트럼프와 대중국 압박에서 공동전선을 펼치는 당근도 제시할 방침이다.

독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EU는 미국과 함께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고, 각 회원국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중국내 다국적 기업에 대한 중국의 불공정한 대우에 맞서 공정한 게임 룰이 적용될 수 있도록 압박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미니 TTIP에 정통한 한 EU 외교관은 "중국에 관해 EU와 미국은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같이한다"면서 "의견이 다른 것은 그 (대응)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교역담당 집행위원( 사진)이 "지금 단계에서는 (미국에) 제안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히는 등 겉으로는 EU가 강경입장을 취하면서도 물밑에서는 갈등해소를 위한 절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절충안은 무역갈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독일이 주도하고 있다. 유럽 최대 농업국인 프랑스가 미니 TTIP 타결 조건으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재가입과 농산물 개방 반대를 내거는 식이다.

최종안 마련을 위한 시간 여유는 거의 없다.
협상에 정통한 독일 정부 관계자는 "메르켈 총리가 다음주 트럼프 대통령과 만자기 전까지 최종안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동의할 수 있는 제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최종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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