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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리비아發 유가 급등?.. 무정부 위기에 시장 '출렁'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9 17:12

수정 2018.04.19 17:12

리비아 동부 핵심 권력인 하프타 장군 심장마비 보도
사망시 권력투쟁 재개될 듯.. 석유 생산·수출 타격 불가피
이란 핵협정 파기 우려 겹쳐.. WTI, 3년만에 최고치 기록
이번엔 리비아發 유가 급등?.. 무정부 위기에 시장 '출렁'

리비아 정정불안이 국제유가 급등세 불을 댕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 유전들과 석유수출항이 몰려 있는 리비아 동부를 장악하고, 안정시키면서 석유생산 확대의 발판을 만들었던 칼리파 하프타 장군(사진)의 유고가 리비아를 다시 무정부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다.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18일(이하 현지시간) 리비아, 이란 등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공급감소 우려에 미국 석유재고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다는 소식이 겹쳐지며 3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리비아 상황이 악화해 석유생산이 하루 20만배럴만 줄어들더라도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어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리비아, 다시 무정부상태?

2011년 무암마르 카다피가 '아랍의 봄'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자 아프리카 최대 석유부존국인 리비아는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면서 석유생산과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를 빠르게 안정시킨 인물이 리비아국방군(LNA)을 이끄는 하프타 장군이었다.


그가 사실상 이끌고 있는 동부 토브룩의 지역 정부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자리잡고 서부를 장악하고 있는 리비아통합정부(GNA)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동부는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지지를 받고 있고, 형식적으로는 동부까지 아우르는 GNA는 유엔이 지지한다.

그러나 지난주 하프타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프랑스 파리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프랑스 언론 보도가 나온 뒤 리비아 정정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의 유고를 틈타 권력투쟁이 재개되면서 동부 석유생산과 수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프타의 신변이 리비아와 석유시장의 주요 변수가 됐다. CNBC는 리비아 언론이 하프타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있는 반면 하프타 측근들은 그가 회복중이라고 밝히는 등 그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정치리스크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중동.북아프리카 연구원인 사라 알 샬란은 하프타가 리바아 동부 지역에서 워낙에 존경받는 인물이어서 그를 승계할 이들 누구라도 LNA 내부에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하프타가 사망한다면 심각한 내부 갈등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WSJ은 LNA를 인용해 LNA 참모부장에 차량을 이용한 폭탄테러가 있었다고 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 리비아 석유 생산, 다시 줄어드나

IHS 석유시장 애널리스트 크리스 엘스너와 폴 토세티는 분석보고서에서 하프타의 유고가 석유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IHS는 하프타의 노력이 리비아 석유생산을 유지하는데 핵심역할을 해왔다면서 그가 동부를 장악한 뒤 리비아 석유수출항이 다시 열렸고, 덕분에 리비아 석유생산은 하루 30만~50만배럴에서 최근 하루 100만배럴로 증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석유생산 증가와 석유 판매 수입 증가가 리비아에 일시적인 안정을 가져왔고, 정치적인 협상이 진전될 수 있도록 하는 재원이 돼왔다고 덧붙였다.

하프타 유고는 또 이슬람국가(IS)와 새로운 무장단체 출현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라시아그룹은 하프타가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리비아의 올해 석유생산량이 하루 평균 110만배럴에서 약 90만배럴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석유수급이 빠듯한 상황이어서 하루 20만배럴 감소는 유가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 유가, 3년여만에 최고

석유시장은 또 이란 핵협정이 다음달 파기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으름장을 현실화해 다음달 12일 이란 핵협정을 재승인하지 않으면 OPEC 2위 산유국인 이란의 석유수출이 공식적으로 차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더 유예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석유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몰고 올 이란 핵협정 파기를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 셰일석유 역시 기대와 달리 이제 생산확대 한계에 직면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 석유재고가 전주보다 110만배럴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날 유가를 끌어올리는 방아쇠가 됐다. 미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월 인도분이 전일비 배럴당 1.95달러(2.9%) 급등한 68.47달러로 뛰었다.
종가 기준으로 2014년 12월 이후 3년여만에 최고치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5월물이 1.90달러(2.7%) 뛴 73.48로 올랐다.


한편 국제 석유시장의 재고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가운데 OPEC은 20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료회담을 열어 감산을 내년까지 지속할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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