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폭스바겐, 장인정신 되찾아야

2년여 전인 2016년 6월. 환경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던 담당 과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앞으로 더 이상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리콜계획서 보완을 추가 요구하지 않고 리콜 자체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폭스바겐 차량 리콜은 2015년 9월 한국을 포함해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디젤게이트'의 책임을 묻는 우리 정부의 조치였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환경부의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다.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을 우롱하고 있다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동시에 환경부의 무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반면 폭스바겐은 다른 쪽에선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같은 마케팅 활동에 열을 올렸다. 비판 수위가 높아질 땐 100만원짜리 자사 쿠폰을 구매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 4일 폭스바겐이 또다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불법으로 조작했다가 환경부에 적발됐다. 2015년에 이어 배출가스 저감장치 불법조작만 두 번째다. 폭스바겐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 사이 국내에 판매한 A7.A8 등 3000㏄급 경유차 15개 차종, 9090대에 질소산화물(NOx) 저감장치 기능을 낮추는 소프트웨어를 몰래 적용했다.

폭스바겐은 이틀 뒤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 고객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긴 점을 사과한다. 정직한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며 사과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 2년간 중단됐던 판매 재개도 함께 선언했다. 무엇을 사과하는지 밝히지 않고 판매 재개까지 겹치면서 기자회견 성격이 모호하게 흘러갔다.

다시 9일 후 환경부에 폭스바겐의 의견답변서가 도착했다. 답변 마감을 1시간 남겨둔 밤 11시께였다. 환경부 제재에 대한 폭스바겐의 입장을 담은 글인데, 기자회견과 내용이 사뭇 달랐다.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짤막한 답변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그사이 다양한 이벤트를 했다. 신뢰 회복을 강조하면서 대대적 할인행사와 신차 5종 출시 홍보도 이어갔다. 2015년과 2018년이 상당히 닮았다.

최근 한 독일인이 예능 프로에 나와 자국 기업을 자랑했다. 장인(匠人)의 고집스러운 서비스 정신이 명품기업을 만든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해당 기업 중 하나로 아우디폭스바겐을 꼽았다.
이 독일인이 장인을 거론한 것은 여러 분야에 눈을 돌리지 않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든 뒤 그에 대한 책임까지 지는, 독일인의 특성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잃어버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게 최우선 목표"라는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의 뜻도 이 같은 장인정신을 다시 보여주겠다는 의지이길 바란다. '한번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명품기업이 아니라 오히려 잡상인에 가깝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