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정상회담]

"트럼프 지지가 결정적인 힘"…‘美 역할론’ 띄운 文대통령

언론사 사장단과 간담회..北, 꼼수 안부릴 것이란 기대 종전선언 거쳐 평화협정으로
개성공단·금강산 등 경협 재개..남북간 합의만으로는 불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로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등 48개사 중앙 언론사 사장들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열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언론의 제언과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여드레 앞둔 19일 청와대에서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등 48개 언론사 사장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 비핵화와 종전선언.평화협정이란 북핵 로드맵이 완결구조를 갖기 위해선 '미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란 크게 두 가지 부분에 대한 상황인식을 드러냈다.

■"北, 완전한 비핵화 표명"

문 대통령은 특히 현재 남.북.미.중이 구사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가 북한 비핵화뿐만 아니라 남한의 비핵화, 즉 미국의 핵우산 철회와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로까지 개념이 확장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본다거나 소위 '꼼수'를 부리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설명했다. 현재 남북 간의 대화 상황, 북.미 간 접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니 과거 '한반도 비핵화'라고 쓰고 '주한미군 철수'라고 읽었던 북한 문법과 다른 태도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판단은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인식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자 과감한 대북 접근법의 시작점이라는 데서 주목된다. 이 같은 인식을 기반으로 문 대통령은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달 초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면담으로 이미 북.미 간 핵협상 빅딜은 사실상 거의 다 이뤄진 상태"라며 "문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기반으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역할 강조

현재 정부는 과거 두 차례(2000년, 2007년) 정상회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남북 간만의 합의로는 불완전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북.미 수교까지 해야 완결 구조를 이루며 이를 반드시 이번 정권 내에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와 격려가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는 결정적인 힘이 됐다." 이는 전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미국의 역할,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의지가 많은 기여를 했다"고 언급한 부분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북핵 대화 틀에 적극 가담해야 비핵화와 종전선언, 나아가 평화협정이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이 완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맥락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남북 간의 독자적인 합의 역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건 국내 보수진영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도 있다. 북핵 해법에 있어 한.미 간 간극이 있다거나 북.미 양자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원치 않는, 이를테면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결과가 도출되지 않겠느냐는 참석자들의 우려 섞인 질문에 문 대통령은 "한·미 간 공조가 아주 잘되고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18년만의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

현직 대통령이 언론사 사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대중정부 당시인 지난 2000년 6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중앙언론사 사장단 간담회가 열린 이후 무려 18년 만이다. 남북.북미 간 '통 큰 합의'란 한번도 가보지 않은 험난한 여정을 앞두고,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과의 관계 설정을 매끄럽게 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협상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 "보수.진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수층과의 소통에 당연히 노력하겠다"며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는 것이 과제"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당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언급하며 "정상회담의 경험, 또 정상회담을 성공시킨 그런 경험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약 100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인사말 외에 제언과 질문에 대한 답변, 마무리 발언은 모두 '사전원고 없이' 이뤄졌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원고를 보지 않고 진행했다는 점에서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해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합의 이후 경제분야의 '그랜드 패키지' 구상,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재가동 시 일종의 안전장치로 중.러 등도 포함하는 방안, 한.미 공조 강화 등을 제언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현희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