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가상화폐공개, 규제하되 시장 열길

국내기업 해외로 나가.. 사기 막을 보완책 필요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한 모금방식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독일 핀테크 스타트업 세이브드로이드의 야신 한키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현지시간) ICO 자금 5000만달러(약 530억원)를 모아 잠적하는 가짜 사기극을 벌였다. 다음 날 한키르 CEO는 "극단적 캠페인을 벌인 걸 사과한다"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해명 동영상을 올렸다.

한키르가 벌인 이벤트는 ICO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ICO의 허점을 보완해 시장을 더 키우자는 취지다. ICO는 기업들의 손쉬운 자금조달 창구로 자리잡았다. 백서만 발행하면 자금을 모을수 있다. 세부 사업내역을 보고할 필요도 없다. 그 덕에 세계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올 1.4분기에 기업들이 발행한 가상화폐 총액은 63억달러(약 6조7000억원)였다. 지난 한 해 ICO 모금액(53억달러)을 이미 넘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일찌감치 ICO에 빗장을 채웠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ICO를 전면금지했다. 자금조달이 쉬워 사기피해가 크다는 이유다. 피해 사례는 많다. 이달 초엔 베트남 스타트업 모던테크가 ICO로 6억6000만달러(약 7000억원)를 모은 후 증발했다. 가상화폐 스타트업 루프X도 지난 2월 450만달러(약 49억원)를 모금해 잠적했다. 정부의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금지가 규제만도 못한 효과를 내고 있다. ICO로 자금조달을 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스타트업 더루프는 지난해 스위스에 법인을 세워 10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현대BS&C도 스위스에서 가상화폐 에이치닥(HDOC)을 발행, 2억5800만달러(약 2800억원)를 모았다. 그 탓에 투자자금도 해외로 빠져나간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ICO를 하면 모금액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써야 한다. 고용창출비용까지 생각하면 천문학적 돈이 줄줄 새는 셈이다.

KAIST 김용대 교수는 18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ICO 사기를 걸러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ICO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자국 ICO를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선진국들은 규제하되 시장을 열어두는 쪽으로 ICO를 받아들이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 2월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ICO 시장은 열어둔 채 피해를 막기 위해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가 시장을 키우고 피해는 막는 '착한' 규제를 내놓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