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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보복 난타전'에 멍드는 美·中 기업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0 17:41

수정 2018.04.20 20:50

지재권 보호vs.관세폭탄 맞불, 양국 보복관세.규제강화 팽팽
美 IT업체 中진출 가로 막혀..제조업체도 생산비 상승 고전
'무역보복 난타전'에 멍드는 美·中 기업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가속화되면서 이에따른 양국기업들의 피해가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양국의 보복관세와 규제 강화로 인해 정보기술(IT)에서 부터 일반 제조업에까지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미 반도체 기업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인수와 관련해 승인 불가 입장을 시사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양사의 합병을 검토한 결과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중, 퀄컴 NXP인수 신청 퇴짜

퀄컴은 지난 2016년 10월에 380억달러(약 40조원)를 들여 NXP 인수를 선언한 이후 양사가 진출한 세계 각국의 독과점 규제 당국으로부터 인수 허가를 얻기 위해 뛰어다녔다.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1년여에 걸친 로비 끝에 허가를 받아낸 퀄컴은 현재 미국과 한국 등 8개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어냈지만 유일하게 중국의 승인만을 얻지 못한 상태다.
퀄컴은 NXP와 계약 시한이 끝나는 오는 25일까지 허가를 받아야 하나 협의를 통해 7월 25일까지 시한을 연장하고 중국 당국에 새로운 인수 재검토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미 언론들은 중국의 태도가 무역전쟁에 대한 보복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올해부터 중국이 미 기업들에 투자하면서 미 기업들의 지적재산권을 훔쳐간다며 이를 막겠다고 주장해왔다. 미 당국은 지난달 중국 화웨이와 협력하는 싱가포르 기업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막았으며 지난 16일에는 중국 전자기업 ZTE와 미 기업들의 거래를 7년간 막았다.

이어 17일에는 외국기업에서 통신장비를 구입하는 미 통신사들이 정부 보조금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아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들에게 치명타를 먹였다.

가오 대변인은 이러한 미 정부의 조치에 대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스스로에게 해가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수만개의 일자리와 국제적인 투자분위기가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 中부품 수입 美기업들 비상

가오 대변인의 경고는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WSJ는 미 시장정보업체 판지바를 인용해 추가 관세 대상에 오른 중국산 수입품 대부분이 완제품이 아닌 부품으로 수입된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중국이 지난달 미국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25% 일괄 관세를 물린 것에 반발해 3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수입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물리자, 이달 3일 872개 제품군에 해당하는 1300개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붙이겠다고 선언했다.

WSJ는 872종의 제품군 가운데 관세효과가 모조리 중국에 전해지는 완제품은 345종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산 수입 규모의 5%에 불과한 규모다. 신문은 심박조율기나 탈곡기를 포함한 90종 제품군의 경우 실제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부품 비율이 0.1%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는 관세 목록에 오른 중국산 수입품이 대부분 완제품이 아닌 부품들이며 미국 기업들이 이를 조립해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다.

미 제조업체들은 이번 관세안으로 생산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관세 대상 제품군 가운데 30종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 비중이 완제품의 30%가 넘어간다. 미 전력장비 업체 제네렉홀딩스의 아론 잿펠드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어떤 부품은 아예 미국에서 구할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다른 기업인들도 원가 상승을 우려하며 결국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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