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포스코의 주인은 국민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2 17:11

수정 2018.04.22 21:25

[차장칼럼] 포스코의 주인은 국민

포항제철(현 포스코)은 설립 후 4년 만인 지난 1972년 10월 3일 개천절에 열연코일을 처음 생산했다. 고 박태준 포항제철 명예회장은 '피와 땀의 결정체'라고 붓으로 직접 눈물의 글귀를 열연코일에 큼지막하게 적었다. 온 국민의 피와 땀으로 포스코의 첫 철강제품이 나왔다는 감격의 심경을 담은 것이다.

포스코는 이듬해 6월 9일 완공된 일관제철소 내 용광로에서 첫 쇳물을 생산했다. 쇳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박 명예회장과 임직원들은 두 손 들어 만세를 외쳤다. 한국철강협회는 이날을 '철의 날'로 지정했다.


포스코는 반세기 전 포항 영일만의 허허한 모래벌판에 설립된 이래 흑자경영을 유지하면서 국가 경제발전을 지켜왔다. 일명 '영일만 기적'을 이룬 것이다. 창립 50년을 올해 맞은 포스코는 세계 5위 글로벌 제철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1968년 포스코가 설립되고, 첫 쇳물 생산을 달성한 뒤 1973년 416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28조5538억원으로 686배 늘었다. 또 포스코는 1994년 10월 14일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온 국민의 염원 속에 포스코 신화는 한국 경제발전의 큰 디딤돌이 됐다. 포스코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서 세워진 기업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포스코는 역대 정권의 직간접 간섭을 받아 왔다. 게다가 포스코는 정권 교체기 때마다 회장이 바뀌는 일명 '포스코 잔혹사'에 시달렸다. 지난 18일 사의를 표명한 권오준 회장을 포함해 역대 회장 8명 모두가 정권 교체기에 사임했다. 권 회장은 임기를 2년 남기고 건강상 이유로 사임했다.

민영화가 됐지만 포스코는 여전히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린다. 하지만 포스코 지분 10%는 국민연금이 갖고 있다. 삼성그룹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의 그룹경영 지분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과 비교해볼 때 국민연금의 포스코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결국 국민이 포스코의 주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행히도 포스코는 국민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사외이사가 주축이 되는 '승계 카운슬'을 통해서 차기 회장 후보자를 고른다. 국민을 대신해 사외이사들이 포스코의 회장을 선출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사외이사들이 포스코 안팎의 권력경쟁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차기 회장이 할 일도 산더미다.
전 세계적으로 철강산업 과당경쟁이 치열한 데다 주요 납품처인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주춤해 어려움이 많다. 주요 수출처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철강 관세장벽 등 악재도 극복해야 한다.
포스코의 차기 회장은 권력보다는 국민과 주주만 바라보면서 위기극복에 나서는 참경영인이 선출되길 바란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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