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터넷 실명제 부활해야" vs. "표현의 자유 침해, 처벌부터 제대로"

‘드루킹 사건’ 파장 포털 책임론으로
해당 언론사사이트 연결 ‘아웃링크’.댓글 실명제 도입해야
댓글은 의사수단 중 하나… '개인정보보호' 시대흐름 역행


최근 '드루킹 사건'이 네이버 등 댓글을 운영하는 포털기업의 책임론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규제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포털 책임론의 근거는 네이버의 현행 댓글 운영정책이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 사용을 통해 여론 조작을 조장 또는 방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글, 바이두 등 해외 검색 플랫폼기업이 운영하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기업도 뉴스 링크만 제공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지난 2012년 위헌 판결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해 악성 댓글, 여론 조작 등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60%를 넘어섰다.

반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는 위법으로,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미 위헌 판결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하면 헌법 기본권이자 댓글의 순기능으로 꼽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국내 포털기업도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금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약관에 이미 반영해 시행을 앞두고 있고, 댓글정책 이용자패널회의에서 '댓글 공감.비공감 시스템'의 문제점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업계의 자율규제 방안을 기다려달라는 입장이다.

■정치권 "여론조작 막을 규제 도입"

22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드루킹 사건의 파장으로 포털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인터넷 실명제 부활과 포털의 아웃링크 도입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털사업자에게 가짜뉴스 삭제·차단 의무를 직접 부과하는 법안을 이미 발의한 정치권은 댓글 실명제, 국내 포털의 뉴스 서비스 방식을 아웃링크로 바꾸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기업은 '인링크' 방식으로 네이버, 다음 안에서 뉴스를 직접 읽고 달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구글, 바이두처럼 뉴스를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하고 댓글 역시 언론사 사이트에 달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4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바른미래당도 신용현 의원이 같은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보장되는 권리"라며 하루 이용자가 100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내놨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보수.진보 진영이 댓글에서 충돌하고, 소위 '댓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댓글 아르바이트를 넘어 조작단까지 등장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댓글에서 진영끼리 대결한지 오래됐지만 조작단이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댓글 실명제 부활에 찬성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실명제 도입 찬성 응답률은 65.5%, 반대 응답률은 23.2%로 조사됐다.

■"여론조작 처벌 수위부터 높여야"

하지만 인터넷 업계와 학계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우선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이나 여론조사를 따라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개인정보 보호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또 아웃링크 도입 논쟁 역시 여론 조작과 더 나아가 가짜뉴스를 막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의 본질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고, 댓글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비슷한 표현을 보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불법행위를 처벌하면 되는 것인지 댓글에서 여론조작이 일어났다고 해서 실명제 부활을 검토하거나 우리 식으로 가꿔온 포털 문화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동훈 광운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도 "댓글은 다양한 의사수단 중 하나로 사회적 자원으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연관되고, 커뮤니케이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대안을 모색할 때 사후적으로 여론 조작 행위가 잘 발견될 수 있도록 트래킹을 잘할 수 있는 소셜 ID 등을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네이버는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금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약관을 개정했고, 이를 내달 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드루킹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30일 공지된 내용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100% 인공지능(AI)으로 뉴스를 추천하는 시스템은 올해 상반기 내로 구축되고,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댓글 이용자회의에서 전체적 개선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