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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하는 獨, 유로존 성장세 제동..ECB, 금리인상 늦출듯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3 16:58

수정 2018.04.23 16:58

獨기업심리지수 5년來 최저.. 올 2월부터 산업생산 급감
유로강세로 수출둔화 겹쳐.. ECB, 올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 2.4%→2.3%로 낮춰
주춤하는 獨, 유로존 성장세 제동..ECB, 금리인상 늦출듯

주춤하는 獨, 유로존 성장세 제동..ECB, 금리인상 늦출듯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제가 올해에는 지난해와 같은 기대를 웃도는 높은 성장세를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유로존이 '깜짝 성장'을 했다면 올해에는 '불의의 일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여전히 불안한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우려, 유로존 성장엔진 독일 경제의 피로감, 유로 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둔화, 초읽기에 들어간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정책 기조 변경 등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비롯한 각종 기업심리 조사는 1.4분기 유로존 성장률이 이전 전망을 밑돌 것임을 시사한다. 이미 일부 전문가들은 성장전망을 낮춰잡고 있다.

독일 베렌베르그방크의 플로리안 헨제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 가속은 멈췄다"면서 "2018년에는 지난해 하반기에 봤던 (강한) 성장세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유로존 경제는 주로 하반기 탄력에 힘입어 지난해 10년만에 가장 높은 2.5%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들어 모멘텀이 크게 약화됐다. 모멘텀 둔화가 독일의 대규모 파업 같은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이보다 더 심각한 구조적인 변화에 기인한 것인지가 문제다. 일시적 요인이라면 곧바로 털고 일어날 수 있겠지만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선행지표인 제조업 PMI는 지난해 내내 상승세를 탔지만 올들어 오름세가 꺾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60을 웃돌았던 이 지수는 지난달 57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기준선 50을 넘긴터라 별 문제는 없지만 상승세가 꺾였다는 점은 다른 지표들과 함께 유로존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높인다.

유로존 성장엔진 독일 경제는 피로감이 뚜렷하다. 가장 중요한 독일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는 기업심리 조사인 ZEW 지수는 미.중 무역전쟁 긴장감 속에 지난달 5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2월 산업생산은 전월비 1.6% 감소해 2년 반만에 가장 급격한 감소세를 기록했고, 성장동력인 수출은 1월에 비해 3.2% 급감해 2015년 8월 이후 최대 감소세를 보였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같은 둔화세가 수십만명을 감염시킨 독감, 대규모 파업 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무시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그동안의 고도성장에 따른 자연적인, 구조적인 둔화로 보고 있다.

성장률 전망도 소폭 낮아졌다. 지난주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ECB 전망치와 같은 2.4%에서 2.3%로 낮췄다.

이는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우려도 한 켠에서 나온다. 향후 유로존 성장을 억제할 구조적인 요인이 물밑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대기업 상당수는 숙련 노동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그동안의 급속한 성장세로 독일 경제가 팽창할 여지가 좁혀지고 있다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수출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유로 강세에 미.중 무역전쟁, 보호주의 움직임 등이 수출을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다.

코메르츠방크의 외르그 크레이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가치가 지난 1년간 주요통화 바스킷 대비 7% 상승해 유로존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수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무역전쟁 우려까지 겹쳐져 상황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이는 ECB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둘기파인 프랑수아 빌러로이 드 갈루 프랑스중앙은행(BDF) 총재는 지난주 "보호주의 위협, 비우호적인 환율 시나리오, 갑작스러운 금융시장 조정" 등을 포함해 각종 문제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위험한 시나리오를 감안해 통화정책 변경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 등의 매파의 요구대로 ECB 통화정책이 바뀔 경우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때문에 ECB의 금리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크레이머는 "주요 교역 장애물에 맞닥뜨릴 위험성이 상당 수준으로 높아졌다"면서 ECB의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 중반에서 내년 가을로 늦춰잡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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