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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금리 3%를 보는 시각들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5 10:40

수정 2018.04.25 14:06

자료=CHECK단말기, 미국장에서 7일 연속 오른 美 국채수익률
자료=CHECK단말기, 미국장에서 7일 연속 오른 美 국채수익률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현지시각 24일 3%를 돌파했다.

최근 미국 금리가 4년래 최고치로 올라온 뒤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라고 할 수 있는 미국채 10년 금리는 3%를 살짝 웃돈 채 미국장 거래를 마쳤다.

코스콤 CHECK단말기(3931)를 보면 간밤에 미국채10년물 수익률은 전일비 2.72bp 오른 3.0019%를 기록했다. 국채30년물은 3.98bp 상승한 3.1823%, 국채5년물은 0.53bp 상승한 2.8226%를 나타냈다. 국채2년물은 0.38bp 내린 2.4663%에 자리했다.

장기물 위주로 금리가 크게 오르고 2년물은 소폭 하락하면서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같은 일드 커브 스티프닝은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감 강화, 채권 공급 증가 등 수급 우려 등에 기인한다.

■ 4년 남짓 만에 '빅 피겨' 바꾸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4월16일부터 7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해 '빅 피겨'를 바꿨다. 미국채 10년물은 4월11일만 해도 2.7%대(2.7819%)에 머물러 있었으나 최근 빠른 속도로 상승한 셈이다.

최근 금리 상승엔 무엇보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인플레 기대가 겹쳐 상승 작용을 하는 가운데 채권 공급 증가에 대한 전망도 금리를 올렸다.

금리가 4년여 만에 처음으로 '3자'를 보면서 주식시장도 긴장했다.

금리가 3%를 살짝 넘어서면서 뉴욕 주가는 1% 이상 급락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알파벳 등 유명 기술기업을 지칭하는 말인 FAANG이 크게 밀리면서 주가 하락에 더욱 힘이 실렸다.

다우지수는 424.56p(1.74%) 하락한 24024.13, S&P500은 35.73p(1.34%) 떨어진 2634.56, 나스닥은 121.25p(1.70%) 내린 7007.35를 기록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4.45% 급락하는 등 기술주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전체 지수도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선 다시 금리 리스크가 부각된 상태다. 과거 금리가 3%로 오르면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들이 있었다. 현재 금리 3%에 크게 긴장할 필요 없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으나 일단 부담을 떨치지는 못하고 있다.

금리가 3%로 올랐지만 주요 6개국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0.2% 떨어진 90.76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전날 달러지수가 오르는 등 선반영된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 금리 3%라는 빅 피겨

금융시장에서 큰 숫자(big figure)는 꽤 중요하다. 예컨대 코스피지수 2500선, 3000선 등에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안착을 못하고 현재는 2400대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 3%를 두고 2.99%나 3.01%나 그게 그것 아니냐는 목소리들도 나온다. 실상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심리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3%에 안착할지 여부는 상당히 중요하다.

최근 금리 상승 과정에서 3%가 레인지 하단으로 자리를 견고하게 잡느냐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 금리 3%는 상징성을 가진다”면서 “2.9나 3.1이나 그게 그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투자가 심리 게임이라는 차원만 감안하더라도 미국 금리가 향후 3%대에 안착할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3% 자체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B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3%라는 수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면서 “뭔가 억지스럽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3% 안착 실패 가능성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감 등으로 미국채 금리가 3%를 살짝 넘어선 가운데 이 지점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되돌림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국내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2500선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레벨을 지지선으로 만들지 못해 고꾸라진 바 있다.

지난 2월 미국채 금리 급등 당시 금리가 3%에서 막힌 뒤 레인지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2차 시도에선 일단 3%를 찍었다. 향후 안착 여부는 불투명하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미국채 금리 급등은 인플레이션 기대감 상승, 그리고 수익률 곡선 평탄화에 베팅한 세력들의 손절 때문”이라며 “관건은 유가가 더 올라갈 수 있을지 여부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간단히 볼 때 미국 10년 금리 3% 문제는 미국의 성장률이 3%를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연결시켜 볼 수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미국 금리가 3% 이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D 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 성장률 전망 컨센서스가 2.8% 정도로 평소의 미국 답지 않게 매우 높다”면서 “올해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2% 초반에 그쳤고 미국이 높은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인상 기대감도 많이 반영돼 있으며, 결국 미국채 금리는 다시 3% 아래로 되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 금리 3%와 데드 캣 바운싱

데드 캣 바운싱(죽은 고양이 뛰기)은 월가 용어다.

주가가 급락한 뒤 잠시 소폭 회복되는 것을 말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는 월가의 금언이다. 이는 가격 급락 뒤 소폭 회복되는 것을 분위기 반전의 신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데드 캣 바운싱은 사실 금융시장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주가, 채권가격 등의 되돌림과 관련된다.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되돌림일지, 추세를 바꾸는 흐름인지를 분간해야 한다.

E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빅 피겨에는 쉽게 안착되지는 않는다”면서 “결국 당분간 3%를 두고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채권가격 하락세가 잠깐 되돌림 될 수는 있다. 채권가격은 다시 오르다가 또 다시 상방이 막히는 식의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지금의 채권가격 하락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 금리 3% 안착 가능성

미국 금리가 향후 3%를 레인지 하단으로 삼아 더 오를 것이란 긴장감도 적지 않다.

간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3%를 돌파하면서 이 수준을 얼마나 유지할지, 또 언제 고점이 형성될 지에 이목이 쏠려 있는 것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10년물 금리가 당장 하락세로 전환되기보다는 3.2%대까지 추가상승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세법개정, 예산확대, 규제완화 등의 영향으로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확장 국면이 연장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과거 미국 경제가 리세션에 빠지기 전 나타났던 징조는 기업 마진율 축소, 신용팽창, 긴축정책 등이었다. 최근 미국 기업이익률은 3년 연속 6%대를 견실히 유지하고 대출증가율은 작년 1%대로 하락한 후 근래 들어 소폭 반등 중”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2% 후반의 미 성장률과 물가 등을 감안하면 올해 4번, 내년 1번 정도의 금리인상이 미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원은 “관건은 3%를 상회한 상태에서 미국 10년 금리가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언제 고점을 형성할지 여부”라면서 “변형된 테일러 준칙을 적용하면 연준의 적정 기준금리는 2.90~3.20%대로 추정된다”고 소개했다.

금리 상승 국면에 더 무게를 두는 시각들도 있다.

F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미국 금리는 2007년부터 진행된 하락 추세를 이미 이탈한 상태”라며 “최근 금리 일시 하락기에 2.6% 하향 돌파 여부가 중요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3%는 단순 심리선이 아니라 2013년의 강한 저항선인데, 이 지점이 결국엔 상향 돌파될 것”이라며 “이번 금리 상승의 1차 목표는 3.20%, 최종은 3.50%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채권시장은 외국인이 선물 매수분을 얼마나 쏟아낼지에 달려 있다. 이들이 도시락 폭탄(점심시간의 대규모 매도)을 던지면 금리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당분간 채권 숏 포지션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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