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yes+ Health] 30~40대 젊은 고혈압 환자 치료율 절반도 안돼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6 17:00

수정 2018.04.26 21:34

젊은 층은 약물 복용하지 않고 건강 과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뇌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 등 위험… 약물로 조절하면 사망 위험 줄일 수 있어
[yes+ Health] 30~40대 젊은 고혈압 환자 치료율 절반도 안돼

[yes+ Health] 30~40대 젊은 고혈압 환자 치료율 절반도 안돼

우리나라 성인 인구 4명 중 1명 꼴로 고혈압 환자다. 하지만 젊은 고혈압 환자인 30~49세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아 문제로 지적됐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6일 우리나라 고혈압의 유병 규모와 치료 현황을 요약한 고혈압 팩트시트(fact sheet)를 공개했다. 이번 팩트시트는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역학연구회가 1998~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2002~2016년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국내 고혈압 환자를 이처럼 대규모로 분석한 연구는 처음이다.

■고혈압 환자, 인구 고령화로 1100만명까지 증가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충북대의대)은 "연구결과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고혈압 유병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성인 인구 중 고혈압 환자가 실제로는 1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전체 유병자의 64%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체 1100만명 고혈압 환자 중 한번이라도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은 890만명이며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은 210만명이다. 이중 지속적으로 치료를 하는 사람은 570만명이고 고혈압 조절이 잘되고 있는 사람이 510만명이다.

고혈압 환자는 지난 1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학회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02년 300만명에서 2016년에 890만명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고혈압은 △수축기혈압이 140mmHg 이상 △이완기혈압이 90mmHg 이상 △고혈압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또 고혈압전단계는 △고혈압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수축기혈압이 120~139mmHg이거나 △이완기혈압이 80~89mmHg인 경우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평균혈압은 수축기 118mmHg, 이완기 77mmHg로 최근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65세 이상 고혈압 환자는 2002년 34%(87만명)에서 20016년 46%(377만명)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치료를 같이 받고 있는 사람의 비중도 25%에서 57%로 증가했다.

김현창 고혈압역학연구회장(연세대의대)는 "고령자에서는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 다른 만성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치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젊은 고혈압 환자인 30~40대는 치료율이 50% 미만으로 낮아 더 큰 문제다. 고혈압 유병자 30대의 경우 인지율 17%, 치료율 15%, 조절률 8%에 불과했다. 40대는 인지율 42%, 치료율 35%, 조절율 26%로 역시 낮았다.

젊은 층의 경우 혈압이 높은 경우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부담을 갖고 있어 고혈압의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젊은 층은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제때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의료기관을 잘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또 젊기 때문에 건강에 대해 과신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

고혈압을 적절히 치료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혈압이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신부전 등의 발생에 중요한 위험인자이기 때문이다. 혈압을 약물로 조절해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면 심혈관계 합병증의 발생과 이로 인한 사망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조 이사장은 "고혈압이 뇌졸중, 심장마비 등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고혈압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수라는 인식도 여전히 낮다"며 "합병증 발생과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치료를 통한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율은 1998년 22%에서 2007년에 59%로 급격히 향상됐다. 하지만 2016년에는 61%였다.

약물 치료로 고혈압 조절률은 1998년 5%에서 2007년 41%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 2016년에는 44%로 정체됐다.


단일요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고혈압치료제는 안지오텐신차단제(43%)와 칼슘채널차단제(43%)이며, 2제요법으로는 칼슘채널차단제와 안지오텐신차단제 병합요법(54%)이 사용된다.

하지만 고혈압이 있다고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한다거나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 예외 없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손일석 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는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써 고혈압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고 생활습관의 개선만으로 혈압을 조절할 수도 있다"며 "또 고혈압 약을 복용하더라도 생활습관이 개선되면 약제의 용량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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