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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때리기 경쟁하는 정부 부처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6 17:19

수정 2018.04.26 17:19

법무부·공정위 이어 금융위 이래서 좋은 일자리 나올까
정부 부처가 돌아가며 기업을 때리고 있다. 법무부는 상법 개정에 의욕을 보였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확 뜯어고치려 한다. 이런 마당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5일 모범규준을 앞세워 금융그룹 군기 잡기에 나섰다. 모범규준은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금융그룹통합감독법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그룹 모범규준은 금산분리 원칙이 뿌리다.
삼성.한화.현대차 등 그룹에 속한 금융 계열사들이 대상이다. 이를테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이다. 이들을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같은 비금융, 곧 제조업 계열사들과 떼어놓는 게 목표다. 고객이 맡긴 돈을 함부로 제조업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 쓰지 말라는 것이다. 또 제조업의 부실이 금융 계열사로 옮겨 붙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

뜻은 좋지만 기업엔 부담이 따른다. 지난 수십년간 그룹 계열사들은 서로 거래를 트고 지냈다. 지분투자도 했다. 이를 단박에 끊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기업 경영권이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한을 정해 서두를 일이 아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하려 한다. 지난달엔 법제개선 특별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오는 7월까지 논의를 마치고 올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내는 게 목표다. 이와 관련, 25일 국회에선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선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기업분할명령제,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앞서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 검토 의견을 국회에 냈다. 현재 법사위엔 의원들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무더기로 걸려 있다. 정부 주도 개정안을 폐기한 지 5년 만에 상법 개정에 재시동이 걸렸다. 집중투표제나 다중대표소송은 하나같이 외국 투기자본이 좋아할 내용이다. 기업을 안 해 본 관료들이 경영권을 가볍게 보고 밀어붙이려 한다.

금융위와 공정위, 법무부는 각자 제 할 일을 한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이런 식으로 기업을 옥죄어서 과연 한국 경제가 얻을 게 무엇인가. 관련 법.규제가 줄줄이 시행되면 기업은 경영권을 지키는 데 사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은 결국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를 포기하는 꼴이다.
지금이라도 부처 간 정책 조율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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