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드루킹 수사와 김수남의 고뇌

"임명권자에 대한 수사여서 인간적 고뇌가 컸으나 오직 법과 원칙만 생각하며 수사했다."

1년 전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정농단' 수사에 관해 출입기자단에 밝힌 소회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자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씨(48.구속기소)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연일 불을 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드루킹 수사가 1년 반 전 국정농단 수사 과정과 매우 유사한 구조로 보인다는 말들이 회자된다. 우선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 범행을 주도한 점이 그렇다.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 청와대 핵심 실세들과 공모해 사익을 추구하려 한 점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민주당원이지만 아무런 공식 직함도 갖지 않은 자연인인 '드루킹' 김씨가 현재 여권 인사와 공모하거나 지시를 받아 여론을 조작했다는 구체적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댓글활동의 대가로 모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총영사로 청탁하는 한편 여권 핵심 인사의 보좌관에게 500만원을 건넨 뒤 구속 다음 날 돌려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법조계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단순한 업무방해나 부정청탁금지법 외에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 등도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늑장수사' 논란도 닮았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 초기 검찰은 시민단체가 최씨 등을 고발한 사건을 엿새 만에 건설비리 관련 사건 전담부서에 배당했다. 이후 언론의 잇단 의혹 보도로 국회가 특검 도입에 합의하자 다음 날 느닷없이 수사 규모를 확대해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경찰이 드루킹 수사에서 보여준 모습에 대해서도 '뒷북수사'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김씨의 유령출판사와 공범들의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휴대폰 170여개 중 133개를 사건 송치 당시 양이 많다는 이유로 분석 없이 검찰에 넘겼다가 언론 보도로 논란이 일자 되가져왔다. 기초자료 확보를 위한 통신영장은 사건 송치 10일이 지난 다음 신청했고, 자금내역 확인을 위한 계좌 압수수색은 영장 신청 대신 임의제출 형식으로 피의자들에게서 계좌를 받았다.

경찰은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기존 13명에서 36명으로 수사인력을 보강, 총력 대응에 나섰다.
비록 악화된 여론에 등 떠밀려 수사력을 보강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경찰이 신뢰를 회복할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검찰 역시 뒷북수사 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며 '수사에는 성역이 없다'는 원칙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라는 철학자 칸트의 법언(法諺)을 어느 때보다 새겨들어야 할 시점이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