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

군사분계선 넘나든 두 정상.. 전세계에 평화 메시지 타전

'정전 65년' 허문 순간.. "환영합니다" "반갑습네다" 두 정상 11년만에 역사적 만남
文대통령 "언제 북 가나" 하자 金위원장, 손잡고 '깜짝 월경'
김정은 잇단 파격행보, 文대통령 북 방문 의사 듣자 경협 의식한 듯 "도로 불편"
"언제든 청와대 갈것" 발언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경기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국군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취재단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28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검은색 인민복에 뿔테안경 차림으로 판문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와 T3(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 사잇길의 군사분계선 앞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고대하며 기다렸다. 1953년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뒤 이어진 남북 분열의 역사를 65년간 지켜본 그 자리에서 서로를 마주 본 양 정상은 "환영합니다" "반갑습네다"라며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며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남측으로 한 발을 디딘 김 위원장은 "난 언제쯤 넘어갈 수 있냐"는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다시 북측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이렇게 쉬운 걸, 길게 왔다"며 평화메시지를 전 세계에 타전했다. 김 위원장의 과감한 첫번째 파격이었다. "통큰 합의로 우리 국민과 전 세계에 큰 선물 안기자"는 문 대통령의 말에 김 위원장도 수긍했다.

■역사적인 南北회담 생중계…전 세계 통합메시지 타전

김 위원장이 판문각에서 모습을 드러낸 순간, 온 세계는 환호했다. 경기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의 내외신 기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미국 백악관과 일본 정부 등 주변국가들도 환영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메시지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잠시나마 분단의 벽을 허무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수 있는 것을 이 자리까지 11년이 넘었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까 왜 그리 오래 걸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통합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오전 회담 모두발언에서 "멀리서 가져온 평양냉면"이라고 언급하다 "멀다고 하면 안되죠"라며 수십년간 이어진 분열의 간극을 좁히려는 세심함도 엿보였다.

서울과 평양 간 거리가 멀지 않고, 심적인 거리는 더더욱 가깝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의 말 한마디에 함축된 '통합의 메시지'는 바로 전파를 탔다.

공식환영식에선 문 대통령의 깜짝 제안으로 남북 공식수행단 단체촬영이 이뤄졌다.

전통의장대는 옛 조선의 문화로 북측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전통의장대의 열렬한 환영식을 통해 '남북은 원래 하나'라는 대명제를 '단체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의 존재감도 발휘됐다.

두 정상이 의장대 사열 도중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뒤에 바짝 붙으며 밀착 수행했다. 김 위원장의 명실상부한 '혈육비서'인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김정은 "청와대 가겠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 경의를 몇 번이나 표현했다. 군사분계선에서 만나자마자 문 대통령은 "역사적 순간을 만들었다. 여기까지 온 것도 김 위원장의 아주 큰 용단"이라고 치켜세웠다.

정식 회담 직전 모두발언에서도 문 대통령은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들어낸 김 위원장의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극찬했다. 김 위원장은 "아니다"라며 쑥스러운 듯이 웃었으나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신중하면서도 노련한 '협상가' 내지 '중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신을 한껏 치켜세워주면서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형적인 '합리적 협상가'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평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도로, 철도 등 낙후된 북한 내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대한 지원요청을 우회적으로 해 주목을 끌었다. 남북 간 경제협력이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 문제와 결부된 것이라 당장 결론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낙후된 각종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을 에둘러 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북한방문 의사를 접한 뒤 "비행기로 오면 편안한데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 말한대로 불편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자신이 핵·경제발전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노선 집중 방침을 밝힌 터라 향후 북핵 협상 과정에서 경제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도 민감성 의제인 남북 경협 문제를 의식하듯 "그 정도는 남겨놓고 닥쳐서 논의하는 맛도 있어야 한다"며 맞장구를 쳤고, 김 위원장도 "여기서 (경협 등) 다음 계획까지 다 할 필요는 없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초청이 있으면 언제든 청와대에 가겠다는 '깜짝 발언'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두 차례의 정상회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 향후 실질적이고 이행가능하며 지속가능한 합의와 실천력을 강조, 자신의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거듭 내비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또 정전 65년 동안 남과 북을 가른 군사분계선 위에 소나무를 심었는데 이는 소나무의 상징인 '평화와 번영'을 심는다는 의미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