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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남북정상회담]“北 비핵화, CVID 함축” vs. “구체 로드맵 없는 전략적 합의”

김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7 22:45

수정 2018.04.27 22:45

전문가, 합의문 ‘완전한 비핵화’ 해석에 이견
“완전한 용어 속 모두 반영, 北 비핵화 출구론 놓고 美와 다르다는 비판 끝내”
vs. “北 원칙만 언급한 합의문, 북.미 진전 없인 이행 제한”
정부 비핵화 실질조치 수순..강경화 장관 내달 초 방미, 폼페이오 美 국무장관 면담
북미 만난 후 남.북.미 회담..주변국 상대 외교라인 풀가동, 올가을 文대통령 방북 때 남.북.미.중 평양서 만날수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함께 발표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양 정상은 이날 합의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연내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구축, 이산가족 상봉 및 경의선 복원 등 교류협력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한국공동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함께 발표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양 정상은 이날 합의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연내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구축, 이산가족 상봉 및 경의선 복원 등 교류협력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한국공동사진취재단


2018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4.27 판문점 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면서 다음달 말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남·북·미 회담에서는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체결될 전망이다.

남북은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하기로 하고 비핵화 과정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국제사회 등과 긴밀히 협의.조율하기로 한 만큼 남북 외교라인의 활약이 주목된다.

■'신속하고 완전한 비핵화' 의지 확인

이번 4.27 판문점 선언에서는 지난 2007년 10.4 공동선언에 없던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시기 명시 등 핵심 조항이 포함되며 이번 판문점 선언이 과거와 달리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번 정상회담 최대 현안이었던 비핵화가 공식적으로 언급됐다는 점이다.

4.27 판문점 선언은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남북 양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확인,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북한이 비핵화 실현을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설명도 부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책임을 분명히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긍정적 여건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한 만큼 남북 간의 외교라인이 적극 나설 전망이다. 이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음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방미할 예정이다. 폼페이오에게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전달하면서 향후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한·미 공조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9일 한·중·일 정상회담도 예고돼 있는 만큼 주변국의 외교라인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지지해달라고 적극 호소한다. 남북 간의 의견조율도 정보라인뿐만 아니라 외교라인으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은 "외교라인의 공식활동이 시작되면서 남북 외교라인의 방북과 방한이 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달했다.

북한 비핵화 의지에 이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북·미 회담 이후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올가을 평양 방문도 예고한 상황이다. 이때 남·북·미·중이 함께 평양에 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전문가들은 이번 판문점 선언을 대체로 성공적인 합의로 평가했다. '본게임'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종전선언,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데 의의를 뒀다.

이날 판문점 선언이 향후 구체적인 비핵화 과정을 이행하는 과정에 필요한 기본적 토대를 마련한 것인 만큼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의지 명문화'라는 일차적 목표는 달성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공동목표를 확인했다는 것 자체가 당초 미국이 요구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근접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여태까지 내세웠던 사안들이 다 반영됐다. 최대치를 이끌어낸 성공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문에 명시한 만큼 그동안 야당에서 비판했던 비핵화 출구론이 미국과 다르다는 지적을 이제는 끝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이 북한에 요구해온 CVID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완전한' 비핵화를 평가하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특사로 방북했을 때 '비핵화 의사가 있다'고 한 것보다 진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실장 역시 '완전한'이란 용어에 CVID가 함축됐다고 해석하며 의제가 북·미 정상회담으로 매끄럽게 연결됐다고 봤다. 최대석 이대 북한학과 교수도 "종전, 비핵화 등 북·미 정상회담에서 결정지을 사안들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에 요구해온 'CVID'의 약칭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보장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기로 결단을 내렸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완성의 '공'이 미국에 넘어간 만큼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담판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즉, 이날 총론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다면 각론은 북·미 회담에서 최종 설계될 것이란 얘기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면서도 구체적 이행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전략적 이익을 유지하면서도 미·북 대화의 모멘텀을 가져가는 정교한 합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북 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없으면 북한의 비핵화 이행도 제한되기 때문에 미측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핵무력을 협상대상으로 활용한 것인지 여부는 지금은 모른다.
체제 보장이 확정돼야 결정될 것"이라면서 "결국 미국의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가 북한 체제 보장에 합의하면 종국적인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원 관계자는 다만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번 합의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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