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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핵협정 파기하면...충격 전세계 강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9 15:49

수정 2018.04.29 15:49

AP=연합. 2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유세집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 도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AP=연합. 2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유세집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 도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맺은 핵협정을 파기하면 어떤 후폭풍이 몰아닥칠까.

블룸버그통신은 28일(이하 현지시간)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승인 연장이 그의 위협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석유시장부터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 북한 핵문제, 이란 온건파 몰락, 보잉·에어버스를 비롯한 서방 기업들 타격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석유, 하루 50만배럴 공급 감소
미국이 탈퇴하면서 협정이 파기되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다시 발동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인 이란의 석유수출은 크게 위협받게 된다.

올들어 11% 상승한 유가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석유공급 감소폭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최근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는 공급 감소폭이 하루 5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제재가 풀린 뒤 하루 수출물량이 이제야 200만배럴을 간신히 넘겼지만 제재가 재가동되며 상당폭의 공급 감소가 불가피해지게 된다.

이란이 수출하는 물량 절반 이상은 중국과 인도로 향하고, 나머지 절반 가운데 25%는 유럽연합(EU)으로 수출돼 미 수출물량은 없지만 미국 유가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유가 상승은 트럼프에게는 자신의 지지기반 중 하나인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석유생산지 유권자들의 표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득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휘발유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고통을 받게 될 유권자 상당수가 등을 돌리게 만드는 악재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서방 기업 타격
미 제재 재가동은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과 서방 기업들이 맺은 수백억달러 규모의 사업계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릴 위험도 안고 있다.

제재가 풀린 상태에서 맺은 계약이어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불투명한 전망으로 인해 사실상 계약을 계속 끌고가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당장 에어버스가 이란에 공급하기로 한 190억달러 규모의 항공기 100대 납품계약이 위험해진다.

미국 보잉도 190억달러가 넘는 계약을 날릴 수 있다. 보잉은 이란 아세만항공에 30억달러 규모의 737기 30대, 국적항공사인 이란항공에는 166억달러 상당에 이르는 80대를 공급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프랑스 토탈과 중국 국영석유공사(CNPC)가 50억달러를 투자해 이란 해상가스전을 개발하기로 한 프로그램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란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업들이라고 충격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블룸버그는 재계 지도자들이 사석에서 미국의 이란 핵협정탈퇴와 이란의 핵 재개발이 세계 교역에 어떤 충격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며 이 지역 갈등 고조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 역학, 북핵 문제
미국의 탈퇴는 어렵사리 안정을 찾아가는 한반도를 다시 격랑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맺은 협정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폐기하는 미 행정부를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협상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협정 신뢰도에 대한 불신은 핵 프로그램 재개 여부를 놓고 북한을 고민에 빠뜨릴 수 있다.

이란은 미국이 탈퇴한다면 핵프로그램을 재개하고 비확산조약(NPT)에서도 탈퇴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는 또 이란에서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실각과 강경파의 부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되면 시리아, 예멘 내전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더 커진다.

게다가 미국이 손을 놓게 되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란 공습이 현실화 할 수도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이란 핵개발 능력을 없애기 위해 핵시설을 폭격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아울러 미국의 탈퇴는 러시아와 중국이 중동지역에서 세력을 더욱 넓힐 수 있도록 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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