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스페인 부활 이끈 노동시장 유연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9 16:43

수정 2018.04.29 16:43

유로존 3위 경제국 부상.. 한국은 노동개혁 역주행
스페인이 이탈리아를 제치고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 3위 부자 나라로 떠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스페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구매력 기준)이 3만8286달러로 이탈리아(3만8140달러)를 앞질렀다고 최근 보도했다. IMF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돼 5년 뒤에는 스페인 1인당 GDP가 이탈리아보다 7%가량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물가 수준까지 반영한 구매력 지표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FT는 결정적 요인으로 노동개혁을 꼽는다. 스페인은 2012년부터 쉬운 해고 등 노동 유연성에 방점을 찍은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그 결과 스페인은 최근 3년간 실질 GDP가 3.2%씩 성장했다. 26.1%까지 치솟았던 실업률도 작년 17.5%로 떨어졌다.

반면 노동개혁이 더딘 이탈리아는 회복세가 미약하다. 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은 31.5%다. 정규직 보호법은 놔둔 채 부분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해서다. 거대 관료제와 고령화도 발목을 잡았다. 포퓰리즘 정책을 내걸어 최대 정당이 된 오성(五星)운동을 구조개혁의 걸림돌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프랑스도 1년 만에 환골탈태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1.9%로 6년 만에 최고, 실업률은 5년 만에 가장 낮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고 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올해 철밥통으로 불리는 철도노조 등 공공부문 구조개혁에도 착수했다. 성공 가능성도 높다. 여론이 돌아서면서 구조개혁에 완강하게 반대했던 철도노조의 힘이 빠졌기 때문이다.

노동개혁은 강성노조의 폐해를 경험한 선진국들의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세계는 온통 노동개혁 중인데 유독 한국만 친노조 역주행이다. 양대지침 폐지로 성과연봉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을 과거로 돌리고 최저임금마저 급속하게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도 노동시장 경직성이 한국의 잠재성장력을 저해한다면서 '노동시장 개혁'을 주문한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참여정부 시절 핵심 참모들마저 혁신성장을 위해 저성과자의 해고가 손쉽도록 고용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마당이다.
우리도 스페인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