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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내 손으로 만드는 행복한 주민자치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9 16:43

수정 2018.04.29 16:43

[차관칼럼] 내 손으로 만드는 행복한 주민자치

우리 국민들은 예로부터 품앗이, 두레 등 주민들이 서로 도우면서 지역의 일을 함께 해결하는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추진할 때는 주민들이 주민총회를 통해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시멘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상의해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주민들이 모여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A시에서는 주민이 직접 사업을 제안하고 주민, 전문가, 담당공무원들이 함께 사업 워크숍을 진행하는 '주민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B시에서는 다양한 주민자치사업을 지원하는 '도시혁신센터'를 구축해 주민들이 직접 세운 자치계획들이 정책으로 실행될 수 있게 연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중앙 하달식 지역발전정책 대신 지역의 문제를 주민 중심으로 해결하는 마을 만들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는 개혁개방 이후 실업 증가, 불안정한 사회보장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사구(社區·Community)'를 설치해 주민참여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타운미팅'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자치단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의원들과도 활발히 소통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이념이나 체제를 넘어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문제가 복잡다양해졌고 중앙정부가 모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의 문제들은 주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현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민들의 제안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주민자치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 민원업무를 처리하던 읍면동 주민센터를 민과 관이 함께 공공서비스를 계획하고 전달하는 공공서비스 플랫폼으로 바꾸어 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의 유휴공간들을 활용해 주민들의 생활 자치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고,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유인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주민들은 지역의 주민대표기구에 참여해 지역의 문제점과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자치계획들을 수립하게 된다. 이후 자치계획들은 '주민총회'에서 주민들의 토론과 투표를 거쳐 '안전이 위협받던 골목길을 바꾸는 사업'으로 '낡은 도시를 재생시키는 사업'들로 변모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지역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으로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특색 있는 마을 조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정부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정책에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과정은 정책만족도는 물론 정부신뢰도 향상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특히 특정 연령대, 성별, 계층 등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주민이 참여해야 진정한 의미의 지역주민 의사를 반영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사만 있다면 누구나 주민대표기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이 제공돼야 할 것이다. 이제 6·13 지방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선거뿐만 아니라 선거 이후에도 주민자치를 통해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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