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4·27]

"완전한 비핵화 선언만으로도 의미…경협, 비핵화와 연계해야"

'4.27판문점 선언' 어떻게 봐야하나? 전문가 4인 지상좌담회 
■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6.15’ ‘10.4’에도 없던 완전한 비핵화의 명문화
핵동결 등 군비축소 아닌 진정한 비핵화 프로세스 밟도록 남북미중 4국이 협력해야
‘DMZ’ 평화지대 구축 등 군사적 긴장 완화 가능할까
비핵화 앞당길 환경 만들기 위해 남북뿐만 아니라 美 역할 중요..美와 전략자산 관련 협의해야

지난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비핵화 명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운명의 시계' 초침이 빨라지고 있다.

남북뿐 아니라 북.미의 물밑접촉도 성과를 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5월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한반도 비핵화 일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비핵화 공동목표 남북 확인을 비롯해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8.15 이산가족 상봉,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2018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공동참여 등을 망라한 4.27 판문점 선언의 성과는

고스란히 북.미 회담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있다. 아직 북.미 간 직접대화에서 어떤 수준의 합의가 나올지는 미지수이지만, 남북회담에서 불기 시작한 '훈풍'이 북.미 회담을 거쳐

전 세계의 경제.사회.정치.문화 지도를 새롭게 바꿀 매머드급 태풍으로 진화할지 주목된다. 대화국면을 넘어 평화체제, 경제협력 기대감도 익어가면서 동북아시대 전반적인 미래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전문가자문단)와 함께 '남북정상회담 성과 평가를 위한 긴급 전문가 지상좌담회'를 통해 향후 한반도 안보정세의 변화를 가늠해봤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까지는 아직 낙관과 비관이 공존하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면서 비핵화 처리방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경제협력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전망을 내놨다.




―판문점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명문화된 것에 대한 평가와 향후 북·미 정상회담 전망은.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하고 또 선언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핵 관련 전문가 입장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것은 매우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선언이나 문서로 되는 게 아니다. 확인하고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폐기하는 북한으로선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아주 정교한 과정이 필요해서 합의했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또 이는 남북만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개입해야 하고 6자회담 틀에서 한다면 중국.일본.러시아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도 관계돼 있다. 양 정상의 선언에 따라 앞으로 절차가 필요하고 북·미 정상회담도 남아 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가지고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너무 없다. 반면 북한으로선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입지 강화를 목적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임했을 것이며, 그 전략은 상당부분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판문점 선언은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성명 등 과거 합의에 비해 내용이 훨씬 모호하고 문구상 후퇴가 있었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비핵화 의제를 밝힐 때도 비핵화가 안됐는데, 그보다 훨씬 불분명하고 애매한 내용을 갖고 비핵화를 더 잘할 것인지 현재로선 판단이 안된다. 중요한 것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냐'다. 또 '조속한 비핵화'라는 문구도 들어가지 않았다.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언제까지 비핵화를 하겠다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핵화의 숙제는 미.북 정상회담에 달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 조치에 한.일에 대한 핵미사일은 그대로 두면서, 미국에 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정도로 귀결될 공산이 커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한국과 일본 등의 안보이익은 희생시키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정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공이라고 미국 국내적으로 큰소리를 칠 수 있다는 얘기다.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전체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예상 정도로 나왔다. 10.4 공동선언 이행 등 경제적 부분이 좀 들어 있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관건은 비핵화 회담이다. 비핵화는 기술적 문제.방법.시한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것은 만만치 않다. 비핵화 가능성은 아직 '반반' 정도로 봐야 하며 낙관도 비관도 어렵다. 특히 협상에 능숙한 트럼프가 남북정상회담을 칭찬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생각보다 빨리 잡히는 것은 물밑협상이 비교적 잘 진행되는 것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의회.언론의 향배도 중요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아직 예단할 순 없다. 우리 정부도 손놓지 말고 북한에 북·미 정상회담이 잘될 수 있게 계속 압력을 가하고 영향을 줘 비핵화 프로세스가 우리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남북 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개념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걸 공감했다. 그걸로 됐다. 나머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의할 카드도 있는데 여기서 다 드러낼 수 없다. 포괄적 개념만 함께하면 되는 문제다.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고 봐도 된다.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비핵화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만큼 비핵화라는 단어를 포함한 것 자체로도 성공적인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이기 때문에 잘될 거다. 구체적인 방안과 일정은 이미 핵미사일 시험과 핵실험을 중단한 전향적인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

―판문점선언에서 올해 종전선언, 평화협정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또는 4자 회담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한 전망은.

▲양 교수=이건 북·미 정상회담이랑 연결된다. 결국 비핵화랑 체제보장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더 구체적인 내용 등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는 것과 올해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전환은 그 문구 자체만으로도 미국에 대한 압박인 셈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혼자 할 수 없고 의회가 동의해야 한다. 미국이 속도감 있게 이 문제를 의회에 던지고 설득하고 통과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비핵화 과정과 체제보장은 함께 동시적으로 돼야 한다.

▲최 교수=평화협정도 비핵화와 발맞춰 진행된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데, 일방적으로 정전체제를 중단할 수 없다.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은 전쟁 당사자인 남.북.미.중 4국이 합의해야 한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1954년 제네바 회담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되면 먼저 4자 회담으로 종전선언 실무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천 이사장=이번 판문점 선언의 두 가지 포인트는 첫째 본말의 전도다. 평화협정, 북·미 수교는 비핵화에 대한 가장 중요한 최후의 보상 같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평화협정은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 '선불'로 줄 수 없는 것인데 이번 선언문을 보면 비핵화가 독자적인 항목이 아닌, 평화협정 체결의 하위 항목으로 말하자면 부속개념으로 '격하'됐다. 비핵화를 독자적 항목으로 해서 구체적 시기와 방법 등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 뜻으로 전혀 해석이 되지 않는다. 물론 비핵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이 핵폐기를 개시하는 시점에 3자 또는 4자 간 협상을 미리 개시할 순 있다. 이건 전략의 문제다. 둘째, 시기의 모호성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종전선언은 올해 한다고 돼있으나 평화협정 체결은 언제 할지 모호하다. 비핵화의 시한이 설정되지 않아 평화협정 체결의 시한 제시가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핵폐기는 개시도 안됐는데 평화협정이 완성될 수는 없다.

▲이 의원=판문점 선언에서도 언급했듯 3자 또는 4자 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평화체제 문제는 궁극적으로 정전협정을 끝내고 이를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맺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전쟁을 끝낸다는 의미다. 양국이 서로 적이 아닌 정상관계가 되는 것으로 정치적.외교적 어떤 관계가 설정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비교적 어렵지 않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과 러시아가 평화협정이 없는데 이는 영토 문제 때문이다. 남북 간에는 영토 분할이나 경제성 등 복잡한 문제가 없어 어려움이 많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다만 평화체제 문제 안에는 군사력, 병력 등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과 북한 간의 외교관계 문제도 있고 남북이 어떤 외교적 관계를 세울지 등도 정해야 한다.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 등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 구축 등을 위해 군사회담이 추진되고 있는데 군사적 긴장 완화 전망은.

▲최 교수=한반도에는 재래식무기도 많아 군축도 중요하다. 북한군은 현재 100만명 이상, 우리는 60만명 이상인데 감군해야 한다. 비무장지대(DMZ) 중심으로 세계에서 군대가 가장 밀집한 지역으로 화약고가 될 수 있다. 북한도 젊은 인력이 전부 군대에 가 있으니 경제발전을 위해 절실하다. 평화체제를 위해 군축도 비핵화 못지않게 중요한 성과다.

▲이 의원=핵 문제 해결, 즉 핵 폐기 속도와 전혀 관계없이 진행될 수는 없다. 핵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다른 분야만 빠르게 갈 수는 없다는 뜻이다. 꼭 결부시킬 필요는 없겠지만 핵무기 문제 해결 전에 한반도의 정치적.안보적 상황이 급속하게 움직이면 안전보장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핵 문제 해결을 앞당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요소다.

▲양 교수=군사 문제는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게 있고 미국과 맞춰서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남북 간은 일단 비무장지대의 무기철수, 지뢰제거 등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핵화 방안 관련해서는 한반도에 전략자산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미 군사훈련은 방어적인 훈련이다. 전략자산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어긋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전략자산과 별도로 봐야 한다. 사드는 공격보다 방어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전략자산과 별도로 봐야 한다. 전략자산은 공격 위주의 무기와 인력들을 의미한다. 또 유엔사령부 해체 등도 비핵화 문제랑 결부된다. 불가침조약을 먼저 하고 북·미 수교, 경제제재 해제 이후에 차후로 진행될 몫이다. 1~2년 안에 될지 알 수는 없다.

▲천 이사장=상징적 조치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이 역시 비핵화, 나아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그에 따라 자연히 해결될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서해안 공동어로수역보다는 공동어로금지수역을 만드는 게 되레 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등을 합의했다. 아직 대북 제재가 있지만 경협이 확대될까.

▲천 이사장=경협은 비핵화 '진도'와 연계돼야 한다. 비핵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어느 정도로 진전을 이루느냐에 경협의 페이스를 맞춰야 하는데 이번 합의문으로는 그 연계가 표시돼 있지 않다. 북한이 오해하지 않도록 비핵화와 경협이 연계돼 있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의원=폐쇄됐던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것은 북한의 반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 영향이 있어 남북이 일방적으로 할 수 없는 문제다. 경협 문제는 안보리 해제 없이 간단하지 않다. 한반도 정세 상황을 보는 안보리 15개국의 시각이 남북관계를 예외적으로 봐줄지 모르겠다. 결국 경협도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서 어떤 진전을 이루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양 교수=경제협력도 결국 비핵화 진전에 따라 속도, 폭이 달라질 것이다. 도로 개보수 등 경협 관련은 10.4 선언에 포함된 것과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도 비핵화 문제와 맞닿아 있어 결국 미국 의회에 달렸다. 비핵화가 돼야 경제제재도 풀어지는 만큼 미국과 북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의 협의가 중요하다.

▲최 교수=경협은 아직 섣부른 기대다. 북쪽 경원선 지원 등은 명백한 대북 제재 위반이다. 동해선은 우리 목적을 위해 일부 끊어진 것을 연결하면 되지만 북한과 자유왕래는 아직 요원하다. 김 위원장이 말했듯이 북측 철도 기반시설은 취약하다.
철도.도로 연결은 시간을 갖고 해결할 문제다. 남북연락사무소는 남북 당국자가 같이 상주하면서 마찰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연락사무소가 개성이 아니라 판문점에 두기로 했다면 평화지대로 이끌 수 있지 않았을까. 남측에서 거리도 멀고, 개성공단이 중단되고, 대북제재 관련도 있는데 개성공단에 둔다면 오해소지가 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김현희 조은효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