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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 도입, 실수요자 실익 크지 않다"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3 16:52

수정 2018.05.03 16:52

업계 "도입취지 퇴색" 우려 80% 공정, 완성도 판단못해
건설사 비용부담 분양가 직결..무리한 공기단축 부추길수도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후분양을 시행한 이후 민간부문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실수요자들이 후분양제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소 공정 80% 이후 분양을 하겠다는 것은 이름만 후분양일 뿐 비전문가인 일반 수요자 입장에서는 견본주택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80% 공정으로 완성도 판단 못해

3일 업계에 따르면 후분양제 관련 주택법 개정안은 공공.민간사업자 구분 없이 공정률 80% 이후에 분양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공공분양주택부터 후분양을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후분양제 도입 로드맵은 올해 상반기 중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여전하다.
특히 '80% 이상 공정 후 분양'이 진짜 후분양이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후분양제의 도입 취지는 완성된 상품을 보고 값을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80% 이상 공정이 이뤄진 상태에서도 비전문가가 볼 때는 견본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하자.보수 등에 대한 불만은 주로 마감 공정과 관련해 발생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마감이 끝난 상태에서는 하자를 전부 체크할 수 있어도 80% 공정에서는 구조체 자체의 문제로 물이 새는 정도가 아니고서는 판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견본주택보다 나은 점은 동간 간격과 배치 등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의 고급화가 트렌드인 마당에 후분양제로 대규모 공급이 줄어들 경우 지금과 같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은 확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형 건설사라도 수요 확인과 리스크 절감 등을 위해 대규모 분양보다는 쪼개서 단계적으로 시공 및 분양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분양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

대형 건설사와 자금력을 갖춘 몇몇 중견 건설사 이외에는 후분양제 도입이 큰 위기로 다가온다. 주택전문 건설사가 대부분인 중소형 건설사들은 현금 동원력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축소되거나 아예 대형사에 흡수될 가능성도 높다.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선분양제가 계속 유지된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후분양을 하게 되면 공사비용과 금융비용을 모두 건설사가 부담해야 하는데 주택전문업체 중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후분양이 도입될 경우 분양기간이 공사 후 2년 이상 등으로 늘어질 가능성이 있고, 시공기간까지 합치면 5년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준공 뒤 매각을 전문으로 하는 자산관리회사(AMC)에 미분양 주택을 넘기는 방법이 유력한데 이 경우 분양가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 된다"면서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 단축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분양제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가를 통제할 수 있으나 후분양에서는 들어간 비용 전체가 포함돼 분양가는 올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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