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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弗 좁쌀' 샤오미 홍콩증시 상장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3 17:23

수정 2018.05.03 21:04

알리바바 이후 최대 IPO..레이쥔, 中 최고 부호 눈앞
홍콩증시 부활 '신호탄' 차등의결권 첫 적용될듯
'1000억弗 좁쌀' 샤오미 홍콩증시 상장

세계 스마트폰 업계 4위인 중국 샤오미(小米.좁쌀)가 3일 홍콩 거래소에 첫 기업공개(IPO)에 나서 100억달러(약 10조762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기로 했다. 이번 상장은 2014년 이후 세계 최대 IPO인 동시에 그동안 미국과 중국 본토에 밀려 금융 허브의 이름이 무색했던 홍콩 증시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샤오미가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을 공동 주관사로 삼아 홍콩 거래소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샤오미는 이번 IPO를 통해 100억달러의 자금을 모을 예정이며 이는 지난 2014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비바(약 250억달러)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신청서에 의하면 샤오미는 100억달러 중에 30%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주력 분야의 생태계 개발에 사용할 예정이고 다른 30%는 연구개발비로 쓰기로 했다. 이어 30%는 국제 사업 확장에 사용하며 남은 10%는 자본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2010년 레이쥔 회장이 설립한 샤오미는 꾸준히 확장을 거듭하며 지난 2015년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15.1%를 차지해 현지 업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샤오미의 순위는 올해 1.4분기에 중국 4위로 밀려났으나 해외시장 개척으로 활로를 찾았다. 같은 기간 샤오미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5%로 삼성과 애플, 화웨이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IPO 신청서를 살펴보면 샤오미의 지난해 매출은 1146억위안(약 19조3914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67% 올랐으며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321억위안으로 전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122억위안으로 같은 기간 3배 증가했다.

SCMP는 현재 샤오미의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약 107조원) 규모라고 추정했다.

만약 상장을 통해 해당 숫자가 증명된다면 샤오미의 가치는 중국 검색포털 바이두나 전자상거래 기업 징동닷컴을 넘어서게 된다.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유명한 레이 회장이 보유한 샤오미의 지분은 77.8%로 추정되며 만약 샤오미의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로 확인된다면 그의 재산은 최소 778억달러가 된다.

이는 마화텅 텐센트 회장(460억달러)이나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390억달러)의 지분 가치를 넘어서는 금액으로 레이 회장은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된다.

한편 홍콩 언론들은 특히 이번 상장을 두고 홍콩 증시의 개혁이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최근 대형 IPO를 뉴욕과 상하이, 선전 등에 빼앗겨온 홍콩 거래소는 대대적인 규제 개혁에 나서 적극적인 IPO 유치에 나섰다. 홍콩 거래소는 지난 2013년 알리바바가 홍콩 상장을 모색하면서 차등의결권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1개 이상의 의결권을 줄 수 있는 제도로 지분율이 낮은 신생기업의 경영자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홍콩 거래소는 지난달 30일부터 차당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샤오미의 IPO는 홍콩 거래소 역사상 4번째로 큰 상장이며 SCMP에 따르면 샤오미 외에도 약 12곳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및 기술 기업들이 홍콩 거래소에 상장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를 인용해 샤오미가 홍콩 상장을 마친 뒤 중국 주식예탁증서(CDR) 발행 방식으로 본토 증시에도 상장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CDR은 중국 정부가 해외 상장 기업을 본토로 불러들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해외 상장기업이 이미 발행한 주식 일부를 중국 예탁기관을 통해 증서로 발행한 뒤 본토에서 거래하는 제도다.
WSJ는 샤오미가 CDR 방식을 이용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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