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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블록딜 전 공매도 폭탄.. "불공정 거래 의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3 17:24

수정 2018.05.03 17:24

2일 200만주 넘게 공매도.. 전날 물량의 2배 이상
2일 공매도후 3일 되샀다면 하루만에 22% 이상 수익
업계 "금융당국 점검 필요"
현대로템 블록딜 전 공매도 폭탄.. "불공정 거래 의심"

외국계 사모펀드(PEF)인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PE)가 장 마감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현대로템의 지분을 처리한 2일 현대로템의 공매도 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 공매도 물량의 2배 이상이 쏟아지면서 일각에서는 블록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딜 직전 공매도 사상 최대

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현대로템 공매도 물량은 200만6393주로 집계됐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665억여원에 달했다. 현대로템 상장 이래 공매도 물량과 공매도 거래대금 모두 사상 최대치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따라서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면 공매도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이날 장이 끝난 후 모건스탠리PE는 현대로템 보유지분 823만주(지분율9.7%)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이번 거래로 모건스탠리 PE는 2304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시장에서는 현대로템이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기 좋은 종목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재무상태에 비해 시장에서 고평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로템은 남북 경협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최근 급등세를 탔다. 4월 30일 29.93%의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이달 2일에는 22.10%의 상승률을 보였다. 2일 기준 종가는 3만2600원으로 4월 초 종가가 1만58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달 새 100% 넘게 오른 것이다.

주가 급등세와 더불어 현대로템의 대차 주수도 덩달아 늘었다. 주식을 빌려 놓는 대차잔고는 전부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4월 27일 472만여주 수준이었던 대차주수는 4월 30일 656만여주로 급증했고 이달 2일 784만주까지 늘었다.

시장 관계자는 "현재 현대로템의 기업가치는 고평가돼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기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불공정 거래 행위 점검 필요"

전날 장 마감 후 블록딜 여파에 현대로템은 이날 17.18% 하락한 2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큰 변동폭은 공매도 세력에게 더 없이 좋은 '황금어장'이 되며 큰 차익을 누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한 투자자가 2일 최고가인 3만4700원에 공매도한 뒤 3일 종가 (2만7000원)에만 되샀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하루 만에 주당 22.1%(7700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정황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거래량이 평소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은 사전적으로 블록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불공정 거래 행위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사항에 대한 당국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공매도를 포함해 거래 데이터에서 이상 징후가 보이면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며 "다만 우리는 모니터링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실질적인 조사는 금감원에서 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재.이벤트 교묘히 이용하는 공매도 세력

공매도는 여러 이벤트 및 악재에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특히 악재 전 비정상적인 공매도 동향은 불공정 거래 행위 가능성이 큰 만큼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악재가 발표되기 전 공매도 물량이 이상 급증했던 이상동향은 과거 한미약품 사례에서 발견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9월 30일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29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작년 7월 맺은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공시 직전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시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샀다. 시장은 악재성 정보가 내부자 등을 통해 사전유출됐고 이 정보를 안 투자자들의 공매도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조사 결과 내부자들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드러난 바 있다.

이 외에 코스피 이전상장, 유상증자 등 이벤트를 앞두고 기승을 부려왔다. 지난 3월 8일 코스피 이전상장을 앞둔 셀트리온의 공매도 물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200지수 편입 이벤트를 앞두고 물량이 몰린 것이다.

또 삼성증권 배당사고가 일어난 지난달 6일 삼성증권 공매도 물량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삼성증권 사태에 삼성증권 매매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삼성증권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증자를 앞둔 삼성중공업에도 공매도 물량이 대거 몰리기도 했다.

공매도의 기승은 삼성중공업의 1차발행가액 산정때도 나타났다.
1차 발행가액 신주배정기준일(3월 8일) 전 날인 3월 7일 공매도 거래량은 402만405주를 기록했다. 이는 삼성중공업 상장 이래 사상 최대치 기록이다.
공매도 문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공매도 폐지 요구' 안이 올라가기도 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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