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성향 경제학자로 文정부 금융 방향성 이해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민간 출신인 윤석헌 서울대 교수가 내정됐다. 정부가 또 한번 민간 출신 금융감독원장을 내정한 것은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민간 출신 인사를 발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퇴를 앞두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금융적폐 청산'를 위해 외부인사 발탁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文정부 금융개혁 방향성 아는 적임자
윤 금감원장 내정자는 현 정권의 주요 인물과 인맥이 닿아 있고, 소신이 강한 타입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국내 대표적 개혁성향의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윤 내정자는 금융권 전문가로 금감원장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그는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40여년간 금융업계에 몸담았다. 또 금융분야를 연구한 학자다.
금융위 관계자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해 금융감독 분야의 혁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돼 금감원장으로 제청했다"고 밝혔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윤 내정자와 같이 일한 바 있는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윤 내정자에 대해 "40여년간 금융권에서 공부하고 활동해 금융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분"이라면서 "금융전문가로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면서 타협도 할 줄 아는 인물로, 금감원장으로서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윤 내정자가 현 정부의 금융개혁 방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받는 만큼 문재인정부의 금융개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윤 내정자는 현 정부 출범 후 금융위 조직혁신기획단 외부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현 정부의 금융혁신 방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 중과세 및 과징금 부과, 금융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 등 금융개혁정책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금감원 조직재정비 시급…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등 산적
윤 내정자 앞에는 많은 숙제가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금감원의 조직 재정비가 가장 큰 숙제다. 고동원 교수는 "금감원 조직을 추스르고 재정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도 산적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나 김 전 원장이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금융권 채용비리도 그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의 채용비리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최근 신한은행도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감원이 추가 조사를 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기구 체계 개편 논의가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내정자는 금융정책 부처와 감독기관 분리 의견을 폈던 대표적 인물이다. 정책 부처와 감독기관 분리는 곧 금융위원회의 정책조직을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나머지 조직을 금융감독원과 합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고동원 교수는 "금융개혁 중 금융 감독기구 체계 개편 문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윤 내정자의 역할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내정자가 금융위원회와의 관계를 고려해 금융개혁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혁신위 시절 이건희 과징금 등 여러 정책에서 금융위와는 다른 성향의 목소리를 낸 일도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금융개혁 설계에 상당 부분 참여한 윤 내정자와 관료 출신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관계 설정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학자 출신인 만큼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최소화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 있다. hsk@fnnews.com 홍석근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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