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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 방어' 나선 아르헨, 약발 통할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4 17:34

수정 2018.05.04 17:34

강달러속 미 금리인상 가속, 페소 가치 연일 사상 최저
개혁에도 무성과 피로 쌓여
"언젠가 통화가치 상실" 우려.. 마크리 정부 벼랑끝 내몰려
'페소 방어' 나선 아르헨, 약발 통할까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이 금리인상 엿새만에 또 다시 금리인상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안간힘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으로 페소 추락이 진정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CRA는 이날 기준금리를 3.0%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지난달 27일 3.0%포인트 인상 뒤 엿새만에 또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로써 아르헨티나 기준금리는 33.25%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으로도 페소 추락을 막지 못하자 중앙은행이 엿새만에 예상치 못한 전격적인 추가 금리인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금리인상 전까지 BCRA는 환율방어에 약 30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가치 추락을 막지 못했고, 금리인상 뒤에도 외환시장에서 20억달러어치가 넘는 아르헨티나 페소를 사들였지만 페소 추락세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이날 페소는 장초반 달러에 대해 3% 넘게 급락,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22페소가 무너졌고 사상최저치 기록도 갈아치웠다.

페소의 날개 없는 추락은 미국 달러 상승,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전망 등에 따른 신흥시장 통화 전반의 약세에서 비롯됐다.JP모간 신흥시장통화지수는 2월말 이후 6% 하락했다.

그러나 페소는 여타 신흥시장 통화들에 비해 급락세가 유독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페소 매도가 페소 추락 불쏘시개가 돼 다른 신흥시장 통화처럼 아르헨티나 페소도 매도세를 겪었지만 다른 곳과 달리 아르헨티나의 자생적인 불안요인이 페소 추가 추락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페소 추락 불씨는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당겨졌지만 페소 추락으로 불안해진 아르헨티나 시민들이 앞다퉈 갖고 있던 현금을 달러로 바꾸면서 매도세가 가중됐다는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투자은행 발란츠카피탈의 리서치 책임자 월터 스토플워스는 "페소가 언젠가는 통화로써 가치를 상실할 것이라는 피해망상이 아르헨티나 내부에서 나왔다"면서 "아르헨티나는 아마도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환율 위험에 가장 민감하다"고 말했다.

스토플워스는 불과 17년 전에는 아르헨티나 페소가 달러와 등가(1페소=1달러)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피해망상증은 오랜 개혁에도 아무 성과 없이 계속 허리띠만 졸라매야 하게 된 개혁피로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 아르헨티나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낸 이코노미스트 루이스 세코는 크리스티나 키르히너 전 대통령으로부터 복잡한 개혁 시나리오를 물려받은 마우리치오 마크리 정부가 코너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사람들은 (거듭된) 구조조정에 지쳐있고, 구조조정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믿기 시작했다"면서 이전 행정부의 지속불가능한 보조금을 줄여나가기 위한 유틸리티 세금 인상 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BCRA가 시장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 역시 페소 추락의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지목했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응할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세코는 BCRA가 시장 예상을 관리하는데 실패했다면서 "시장은 마치 고아같은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중앙은행이 무엇때문에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페소 급락은 아르헨티나 대외 채무 지불능력을 급격히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크리 정부가 집권한 2년 반동안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제 자본시장에서 발행한 채권 규모만 1000억달러가 넘어 아르헨티나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때문에 지난해 6월 대대적인 홍보 속에 발행한 100년만기 국채는 가격이 13% 넘게 하락한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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