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경제부처 남북경협 입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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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경제부처에서 남북교류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을 만났다. 부처가 추진하는 남북 경제협력사업(경협)에 대해 물었다. "구체적인 사안은 이야기해줄 수 없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다. "윗선에서 경협과 관련한 사업들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윗선은 어디를 가리키냐, 혹시 BH(청와대)냐"고 되물었다. 그는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물론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이니만큼 이야기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또 실제로 그가 말한 윗선에서 경협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대화가 진전되지 못한 이유임을 짐작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 남북 경협 담당공무원 역시 경협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 역시 "자세한 내용은 답변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재차 물었다.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저도) 이야기할 수 없으니 답답합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본인 선에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더 위쪽하고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경협과 관련한 입단속(?)에 나선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북한과의 협상은 유리그릇 다루듯 해야 한다"는 당부의 연장선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방증하듯 정부는 앞서 김여정 특사 일행과의 회담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과 청와대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북한과 관련한 협의는 비공개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놓고 야당 등에서는 여러 추측성 의혹까지 제기한다.

물론 '설익은' 정책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면 북한의 반감을 살 수도, 정책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남북 경협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소돼야 진전될 수 있는 등 불확실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경협은 국제사회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들이 많아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미 남북 간 경협사업들은 사회적 이슈가 됐고,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각종 추측성 기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우려하는 정책적 혼란의 시발점일 수도 있다. 앞으로 거쳐야 할 단계가 많지만 모든 정책을 깜깜이(?)로, 밀실에서 추진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입단속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