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그리스, 8년 고생끝에 구제금융 족쇄 풀릴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6 17:27

수정 2018.05.06 17:27

NBG 등 주요 시중은행 스트레스테스트 통과
채권단 이달말 결과 촉각
그리스가 구제금융 8년만에 구제금융에서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스트레스테스트를 모두 통과해 대부분 조건들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자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부실채권(NPL)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리스내셔널뱅크(NBG), 알파뱅크, 유로뱅크 에르가시아스, 피라에우스뱅크 등 그리스 4대 시중은행들이 ECB 산하 유럽은행감독청(EBA)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

각 은행별로 테스트 통과 여부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4대 은행 모두 암묵적인 기준선 5.5%를 무난히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4대은행은 심각한 경기침체 시나리오에서 2020년까지 자본의 9%, 약 155억유로를 잃게 될 것으로 추산됐지만 이는 현재 자본 수준으로 감당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스 주요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것은 그리스가 심각한 경기둔화에 직면하더라도 이들 은행이 충격을 흡수할만큼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고, 이에따라 이들 은행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이 필요없다는 것을 뜻한다.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들 은행이 충분한 자본을 갖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추가 자본확충을 대비해 책정된 2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자금을 그리스가 부채상환으로 전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에너지 보조금, 민영화 등 채권단이 요구한 미완의 개혁을 그리스 정부가 추가로 완료해야하지만 구제금융 졸업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채권단은 이달말까지 그리스 구제금융 졸업에 관한 최종검토를 마친다는 목표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유럽 담당 전무 무지타바 라흐만은 "정치적으로 유럽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졸업에 상당한 이해가 걸려있다"면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는 프로그램 종식에 청신호를 켰다고 평가했다. 라흐만은 그러나 실제로 그리스가 구제금융 졸업 여건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론상으로는 그리스 은행들이 실물경제를 지지할만큼 충분히 탄탄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게 증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대 맹점은 그리스 은행들의 막대한 부실채권으로 지목된다. 그리스 은행들은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많은 NPL을 안고 있다. 자산의 절반 가까이가 회수가 불가능할 수 있는 악성여신인 NPL이다.

이는 은행들의 자본을 갉아먹을 수 있고, 대출을 위축시켜 경기회복에 잠재적인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스도 대책마련을 서두르고는 있다.
은행들은 NPL을 절반 가까운 40% 줄여 내년까지 650억유로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스 의회와 정부도 NPL, 압류 부동산 경매 시장을 조성하고, 법정 밖 합의절차를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새 법률들을 잇달아 만들었다.
그리스는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국제통화기금(IMF)과 ECB, EU등 이른바 트로이카로부터 3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